[사설] ‘국민 곁의 총리’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 돌아보라

입력 2013-11-26 18:32

국무총리의 책무는 막중하다.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統轄)하는 자리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원내각제적 요소인 국무총리제를 두고 있는 까닭은 행정의 능률을 꾀하고 대통령 유고시 그 권한을 대행하는 데 있다. 책임과 권한이 대통령에 버금간다 할 수 있다. 그런 총리가 대통령 국정수행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외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왕왕 경험했다.

정홍원 총리는 ‘국민 곁의 총리’를 표방하며 취임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직에 오른 그는 취임사에서 “새 정부 첫 내각의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하루빨리 뿌리 내리게 하고 국정목표들을 정책화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 국민과 약속했었다. 그러나 25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 답변을 보면 정 총리가 과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총리는 “일제 침략이냐, 진출이냐” “일제 강점기의 쌀 수탈이냐, 수출이냐” “일본의 의병 소탕이냐, 학살이냐”는 의원 질문에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역사학자들이 판단할 문제” “질문지를 사전에 주지 않아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얼버무렸다. 실무진이 써 주지 않으면 대답 못할 수준의 어려운 질문이 결코 아니다. 실망을 넘어 참담한 지경이다. 야당의 집단퇴장을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무슨 소용인가. 총리의 역사인식이 이 정도니 일본이 계속해서 우리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교과서 이념 논쟁도 정면으로 부딪치지 못하는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자세로는 얽히고설킨 수많은 국정 난제를 풀 수 없다. 가뜩이나 밀양 송전탑 건설, 수산물 방사능 오염 등 일부 현안에 대한 지각 대처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소릴 듣는 정 총리다. 총리가 굳건한 신념을 갖고 국정 현안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야 대통령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모름지기 총리의 역할은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