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가 그리워”… 애타는 그랑프리 빙판

입력 2013-11-27 05:10


‘피겨 여왕’ 김연아 때문에 그랑프리 파이널이 2년 연속 빛을 잃게 됐다.



12월 5∼8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은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성적을 합산해 상위 6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그래서 ISU가 주관하는 대회 가운데 세계선수권대회 다음으로 권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소치올림픽 리허설의 성격을 겸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미디어와 피겨 관계자, 팬들의 관심은 온통 같은 기간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B급 대회 ‘골든스핀 자그레브’에 쏠려 있다. 부상 때문에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뛴 김연아가 소치 올림픽을 대비한 새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베일에 가려져있는 쇼트 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와 프리 프로그램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공개한다.

공교롭게도 김연아가 지난해 컴백 무대로 선택한 NRW트로피도 그랑프리 파이널과 같은 시기에 열렸다.



당시 미국 시카고 트리뷴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B급 대회에 출전한다. 그녀의 컴백이 같은 주말에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의 빛을 잃게 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NRW트로피에서 201.61로 시즌 최고점을 기록, 전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96.80의 시즌 최고점으로 우승한 아사다 마오(일본)를 간단히 뛰어넘었다.



25일 그랑프리 시리즈 6차 대회가 막을 내리면서 올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출전자는 아사다 마오(일본), 애슐리 와그너(미국),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안나 포고릴라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엘레나 라디오노바(이상 러시아) 등 6명으로 결정됐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탈락한 가운데 무려 4명의 러시아 유망주가 진출한 것이 눈에 띈다. 이들 6명 가운데 아사다 마오가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NHK 트로피 등 2개 대회에서 각각 204.55점과 207.59점을 기록, 올시즌 그랑프리에서 200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고질적인 두발 착지와 회전수 부족 등으로 점수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미디어와 피겨 팬들은 김연아의 무결점 연기와 그랑프리 파이널 선수들의 연기를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의 권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