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왜 금지하나…” 佛 80대 부부 동반자살
입력 2013-11-26 18:31
프랑스의 80대 노부부가 안락사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동반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사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르파리지앵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6세 동갑인 베르나르 카제와 조르제트 카제 부부는 지난 22일 오전 파리 중심가의 유서 깊은 호텔 뤼테티아의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부부의 얼굴엔 숨을 쉴 수 없도록 플라스틱 봉지가 씌어져 있었다. 자살이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호텔 직원은 “두 부부가 손을 잡은 채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고 전했다.
숨진 노부부 옆에는 편지 형식의 한 장짜리 유서가 놓여 있었다. ‘평생토록 일하며 나라에 세금을 냈는데 조용히 생을 떠나고자 하는 지금, 왜 보다 부드러운 방법이 아닌 잔인한 방식으로 자살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프랑스 현행법 때문에 숨 막히는 고통을 수반하는 방식으로 자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서에는 ‘좀 더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약을 먹을 권리를 법이 막고 있다’며 ‘과연 누가 그런 권리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유서가 담긴 편지 봉투에는 파리 검찰청 주소가 적혀 있었다.
노부부의 아들은 “부모님은 죽음보다는 사별과 말년에 (타인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셨다”며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적당한 때가 오면 함께 죽음을 맞기로 결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유서를 통해 자식들이 국가를 상대로 안락사 허용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남편 베르나르는 선물경제학의 권위자이자 철학자이며, 아내 조르제트는 작가이자 고전문학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안락사나 조력자살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92%가 안락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