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서부로 간 까닭은?

입력 2013-11-26 18:30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부터 사흘 일정으로 서부 해안 지역으로 출장 중이다. 일자리 창출과 이민법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업무용 출장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7차례나 참석한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모금이 출장의 주 목적이고, 이를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동원하는 등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SF재즈센터와 세일즈포스닷컴 설립자 마크 베니오프의 자택 등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전날에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및 민주당하원선거위원회(DCCC)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26일에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 TV 드라마 ‘프렌즈’ 공동 제작자인 마타 코프먼의 집에서 열리는 DNC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음식 접시 하나를 앞에 놓으려면 3만2400달러를 내야 한다. 이어 NBA 농구스타였던 매직 존슨의 집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1명당 2500∼1만5000달러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 들어 연말까지 참석하는 부유층을 겨냥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는 모두 38차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적인 모금 활동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대통령의 서부 방문 기사에 ‘오바마, 정치자금 모금 대장’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기부행사 참석자 수와 참가비를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이후 모은 정치자금이 4억 달러(약 43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미 재선에 성공해 차기 대선에는 나갈 수 없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며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은 민주당 차원의 내년 총선 대비용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핵심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공화당에 발목을 잡혀온 오바마가 내년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원에서 모두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모금에 더 열심히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