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경제 선물’… 유가 안정세 이뤄질까

입력 2013-11-26 18:27


이란 주요 정치지도자 중 한명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79) 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상이 1년 내 전면 타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선별적인 경제제재 완화 조치가 다음 달 내지는 내년 초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상 타결은 정치적 의미뿐 아니라 국제경제에도 영향력이 큰 사안이다. 이란은 석유매장량 4위이자 원유생산 2위 국가였다. 핵협상 결과에 따라 국제유가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주말에 이뤄진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에 25일 장이 열리자마자 하락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4센트(0.04%) 내린 배럴당 111.01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26일 오전 현재 더 떨어져 110.8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6주 만에 최저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도 25일 지난주 종가보다 75센트(0.8%) 빠진 배럴당 94.09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예상만큼 큰 폭의 하락세는 아니었다. 핵협상에서 6개월짜리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을 뿐 미국 등이 2년 전 이란에 취한 원유수출 제한 조치는 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6개월간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서방국가와 이란 간 긴장이 일단 풀렸고, 이르면 다음 달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 조치가 완화되면 아시아 국가가 이란 원유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가 장기적인 약세 기조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란 원유 수송에 적용돼온 보험 규제가 풀리면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 한국 일본 등이 수입량을 늘릴 거란 얘기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경제제재 이전 하루 250만 배럴에서 지금은 100만 배럴 수준으로 묶인 상태다.

물론 이 같은 추가 유가 하락은 이란이 핵협상 이행을 잘 지켰을 때 실현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스라엘 등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이란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가운데 그는 FT에 “핵무기 개발에 더는 관심 없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1989∼97년 대통령을 지낸 그는 지난 대선 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했다. 현재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자문기구인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그의 발언은 무게감을 갖는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인 유가 하락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핵협상이 국제유가에 호재이긴 하나 이스라엘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이란 견제에 초점을 둔 ‘신방위정책’을 들고 나와 공세를 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