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권, 의원 출마러시 우려… 전·현 관료 차출카드 만지작
입력 2013-11-27 05:03
현역 국회의원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 러시를 우려하고 있는 여권이 전·현직 고위 관료의 차출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장 후보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구시장 후보에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된다. 이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경우 새누리당의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친박 주류 인사들의 출마는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6일 “지방선거 승리도 매우 중요하지만 의원 차출로 새누리당이 약해져서도 안 된다”면서 “지방선거도 이기고 새누리당도 결집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절충점은 경쟁력 있는 전·현직 관료의 출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야 관계와 내년 전당대회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친박 주류들은 당에서 할 일이 더 많다”면서 “역대 지방선거를 둘러봐도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전·현직 고위 관료들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윤 장관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동향(경북 경산)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25회로 산업부의 주요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다.
권 전 원장은 대구시장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다. 대구 출신에 경북고를 졸업한 ‘성골 TK(대구·경북)’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권 전 원장은 행시 23회로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조세 전문가다.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부산과 대구시장 후보에 전·현직 고위 관료 카드가 논의되는 것은 친박 주류의 출마로 인한 출혈 없이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또 장수(將帥)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서병수·유기준 의원 등 자천타천으로 부산시장 후보에 거론되는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빠지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서상기·조원진 의원도 마찬가지다. 국회 정보위원장과 간사를 각각 맡고 있는 서·조 의원이 대구시장으로 나갈 경우 새누리당의 화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도 현역 의원들이 출마를 고집하기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윤 장관과 권 전 원장 카드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윤 장관을 차출하기 위해선 개각을 해야 하고, 권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사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충남·강원지사에도 전·현직 관료들이 거론된다. 이들 지역은 부산·대구와 달리 현직 의원이 출마할 경우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여권 고위층이 현역 의원 출마를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충남지사 후보로는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이름이 나온다. 강원지사 후보를 놓고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광준 춘천시장 등이 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전·현직 고위 관료 이름이 나도는 등 과열 기미까지 보인다”면서 “지방선거 출마를 고집하는 의원들이 당의 외부인사 영입작업에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윤해 김동우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