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팬오션’ 10년 만에 ‘팬오션’으로 회사이름 변경… 계열사도 최대주주 바꿔
입력 2013-11-26 18:22 수정 2013-11-26 23:15
STX팬오션의 사명이 10년 만에 ‘팬오션’으로 바뀐다. 다른 STX그룹 계열사도 감자와 출자전환 등에 따라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변경되고 있다. 한때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의 해체에 속도가 붙고 있는 모습이다.
STX팬오션은 26일 사명을 ‘팬오션’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팬오션은 지난 22일 서울 중앙지법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 사명 변경안을 포함시켜 인가 결정을 받았다. STX팬오션은 내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사명을 쓴다. 옛 범양상선이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STX팬오션으로 이름을 바꾼 지 10년 만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도 바뀌게 된다. 새로운 회생계획안에 따라 감자(29일)와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전환(다음달 13일), 2차 감자(다음달 27일)가 잇따라 실시된다. 이 과정에서 ㈜STX, STX조선해양, STX엔진, 강덕수 회장 등 관계 회사와 임원의 주식은 10대 1의 비율로 병합(감자)된다. 다른 계열사와의 관계가 사실상 끊어지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지분 약 13%로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STX그룹의 다른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이미 최대주주가 산업은행 등으로 바뀌었다. 산업은행 등의 지분은 25.51%인 반면 아직 강덕수 회장이 최대주주인 ㈜STX의 STX조선해양의 지분은 1%도 안 된다. STX조선해양은 서울역 건너편에 있는 STX그룹 본사의 서울사무소도 사실상 폐쇄한다. 기능을 대폭 축소해 진해조선소로 옮길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STX 등 다른 계열사와의 물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됐다. STX중공업도 지난 12일 출자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산업은행, 농협 등을 대상으로 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이다.
STX 계열사 직원 사이에서는 “이제는 완전히 남남이 됐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STX 관계자도 “지분 관계가 정리되면서 계열사 직원끼리 연결 고리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입지가 크게 좁아진 가운데 ㈜STX를 통한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TX는 최근 사업구조를 에너지사업, 원자재수출입, 기계엔진 영업, 해운물류 서비스 등 4대 분야로 재편해 전문상사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외부거래 비중을 65%에서 2017년까지 9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강 회장은 현재 ㈜STX 대표이사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STX는 27일 채권단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채권 만기 연장, 이율 조정 등에 대해 사채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자율협약으로 채권단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린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