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한겨울인데… 2014년 주택연금 신규가입 수령액 축소 불가피
입력 2013-11-26 18:23 수정 2013-11-26 23:10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하는 고령층은 신청을 서두르는 편이 나아 보인다. 내년 2월부터는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가 수령하는 월지급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위축세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기대여명(특정 연령의 사람이 향후 얼마나 더 생존할 수 있는지 계산한 평균년수)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공사법에 따라 주택연금 지급액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를 재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사는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연금 이자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을 분석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다음 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기대여명 자료를 참고해야 정확한 수치가 계산된다”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이르면 다음 달 말쯤 월지급금의 축소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받는 역(逆)모기지 제도다. 공사가 고객을 보증하고 은행은 대출을 취급한다. 소득이 없어도 사후에 상환을 할 수 있어 상환 압박이 없고 주거가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신규 가입 건수가 지난 9월보다 62% 증가하는 등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노후대비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재산정 작업 결과 내년부터 주택연금 월지급금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원인이다. 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주택가격 상승률 등 경제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무게중심이 월지급금 축소 쪽에 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내년 2월 이후 가입자의 경우 같은 값의 집을 담보로 맡기더라도 올해 가입자보다 주택연금 월지급금이 평균 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급액 축소가 확정된다면 주택연금 월지급금은 3년 연속 하락하게 된다. 공사는 지난해 2월과 지난 2월에도 주택연금 월지급금을 하향 조정했었다. 일반주택·종신지급방식·정액형 상품을 기준으로 지난해 2월에는 60대 중반 이상 가입자의 월지급금을 0.1∼7.2% 줄였다. 올해 초에는 1.1∼3.9%(평균 2.8%) 줄였다. 5억원짜리 집을 맡긴 80세 고령자의 경우 지난해에는 월 268만원을 지급받았지만 올해에는 261만6000원을 수령하고 있다. 내년에는 260만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연금은 2007년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1만6720가구가 가입해 있다. 공사 관계자는 “2년 연속 월지급금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에 축소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연금 월지급금이 조정되더라도 기존 가입자들의 수령액은 변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