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열풍’ 틈타 불법 약물 3583차례 판매됐다
입력 2013-11-27 05:01
근육강화용 불법 의약품 복용을 통한 ‘몸짱 만들기’의 심각성이 사실로 드러났다. 맹목적인 몸짱 신드롬에 편승했다간 자칫 몸이 상하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테로이드제 등 의약품을 불법 유통·판매한 안모(28) 최모(30) 조모(28) 원모(32)씨 등 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관련자 5명은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안씨와 최씨는 이달 초 적발됐으며 조씨와 원씨는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전·현직 보디빌딩 선수와 헬스트레이너인 이들은 2011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 여행객이나 국제 택배를 통해 스테로이드제 등을 국내로 반입한 뒤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해 총 3583차례, 14억2310만원 상당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몰래 들여온 약물은 남성호르몬제,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 갑상선호르몬제 등 99종이나 된다. 불법 의약품을 구매한 이들은 모두 909명이었다.
보디빌딩 선수 등이 주 고객이었지만 최근 몸짱 열풍을 타고 몸매 관리에 관심이 높은 일반인도 적지 않았다. 식약처는 “스테로이드제 배송 주소지 중에는 군부대와 경찰학교 등도 포함돼 있어 구매자 가운데 군인과 경찰 관계자가 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체력 테스트 통과 등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불법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가 밝힌 보디빌더들의 약물 복용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시합을 앞두고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일명 ‘벌크 세트’와 근육 모양을 다듬기 위한 ‘커팅 세트’ 약물을 8∼10주간 병용했다. 벌크용으로 에난, 서스, 데카 같은 ‘단백동화스테로이드’ 주사를 주 2회씩 맞았고 디볼이나 옥시도 하루 3∼6정씩 먹었다.
커팅용으론 프로피, 아나바, 윈스트롤, 에페드린 등 주로 호르몬제가 쓰였다. 하지만 이런 의약품을 잘못 복용할 경우 무정자증이나 전립선종양, 심부전, 간경화증, 여성형 유방증, 고환축소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벌크 및 커팅 기간 중 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케어 제품’(주로 항호르몬제)을 3∼4주 동안 함께 복용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의사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이런 제품을 병행 섭취할 경우 부작용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또 구매자에 대한 법적 제재 방법이 없어 수요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불법 유통 의약품이긴 하지만 마약이 아닌 스테로이드를 구입한 것만으로는 형사처벌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군부대 등 공공기관 및 보디빌딩선수협회가 내부 지침이나 반도핑 규정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제재토록 구매자 명단을 소속 기관에 통보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런 법적인 이유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