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직자들 “복리후생 정규직과 동등”… 1만명 모집에 10∼60대 수만명 북적

입력 2013-11-27 05:08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1기’를 채용하기 위한 취업박람회가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삼성 등 국내 10개 주요 그룹이 1만명을 모집하는 자리에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3만5000명의 구직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던 기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간선택제’라는 이름을 도입했다. 구직자가 근로시간을 선택하되 기본적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복리 후생 등에서도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이 없는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자,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층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최나래(29·여)씨는 결혼을 앞두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은행관련 업무 경력이 있어 이날 부스를 차린 신한은행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알아봤다. 그는 “복리후생이 정규직과 동등하다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더 솔깃해졌다”며 “출산과 육아를 생각하면 전일제 일자리보다는 시간제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수복(57·여)씨는 CJ CGV,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 안내직원 일자리에 관심이 있었다. 이날 부스를 차린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박씨에겐 없는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과 2년 이상의 관련 경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청소일은 너무 힘이 들어서 못 하겠다”며 “영화관 안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의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직영점에서 시간선택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김미자(35·여)씨는 이날 박람회장에 나와 구직자에게 커피를 만들어주고 상담에도 나섰다. 그는 2년 동안 커피전문점을 경영한 경력을 인정받아 시간선택제 바리스타로 재취업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하고 3년차 동료들과 같은 시급을 받고 각종 복리후생에도 차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세살짜리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일을 하다가 퇴근해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간다”며 “하루 종일 아이와 떨어져 있을 전일제 일자리에는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은퇴한 김정한(가명·58)씨는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니까 기업들이 마지못해 따라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일부 기업은 구직자가 무슨 일을 담당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못해줄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눈높이에도 맞지 않고 대기업 근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직무 영역도 다양하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해야 제대로 된 일자리라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면접과 채용이 진행되는 현장을 둘러보고 구직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기도 했다.

선정수 유성열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