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체면 구긴 한국 어업… 정부 어설픈 대응 도마에

입력 2013-11-26 20:01 수정 2013-11-26 23:03


유럽연합(EU)의 26일 예비 불법어업(IUU)국 지정으로 한국은 올해 1월 미국 상무부의 IUU국 지정 통보에 이어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그간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어선 위치추적장치(VMS)를 의무화하고, 조업감시센터(FMC)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EU 측을 설득해 왔다. 우리 어선의 VMS 장착률은 현재 84% 수준이다. FMC는 내년 7월 가동 예정이다. 또 IUU(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 행위에 대해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불법 수산물 가액의 3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도록 하는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지난 7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아울러 IUU 근절 방안을 수립해 원양선사 및 선원을 상대로 IUU 예방 교육을 실시해 왔다는 점도 EU 측에 전달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간 양자 협의에 충실히 임해 왔고 지속적인 협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해 왔음에도 EU가 몇 개월의 시행시기 차이를 이유로 예비 IUU국으로 지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는 한국의 수산물 수출을 규제하고,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의 조업권을 견제하려는 EU의 속내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황다랑어, 황새치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1억757만 달러의 수산물을 EU에 수출했다.

하지만 EU 측의 문제 제기가 2010년부터 있어 왔고, 앞서 미국 상무부의 IUU국 지정 통보를 감안할 때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미 의회에 2년마다 제출하는 불법 어업 국가 보고서에서 한국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등 10개국과 함께 IUU국으로 지정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역시 한국의 불법 어업 실태를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해수부까지 출범시킨 한국이 원양어선 관리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해수부는 일단 수산물 금지 조치 등 각종 제재가 따르는 최종 IUU국 지정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류재형 국제협력총괄과장은 “최종 지정 개연성은 희박하다”며 “EU가 한국을 타깃으로 불법조업에 대한 국제 이슈를 제기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종 IUU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지만 예비 IUU국 지정만으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일로 수산업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신뢰도가 크게 낮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