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 수사 파문] “찬양·고무 입증 까다로운데”… 檢, 민감 사건에 곤혹·신중

입력 2013-11-26 18:04 수정 2013-11-26 22:45

박창신(71)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원로신부의 시국미사 발언이 검찰 손에 넘겨졌다. 박 신부에 대한 고발장이 들어온 이상 검찰은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안팎에는 수사 및 기소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16개 보수단체들은 26일 서울중앙지검에 박 신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25일 인터넷 민족신문과 자유청년연합이 대검찰청 공안부에 각각 낸 고발장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활빈당이 제출한 고발장까지 합치면 박 신부에 대한 고발 건수는 모두 4건으로 늘었다. 보수단체들은 공통적으로 박 신부의 시국미사 발언 중 ‘연평도 발언’과 NLL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다. 보수단체들은 박 신부의 발언이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고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다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게 된 검찰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수사대상자가 신부라는 점도 수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산지청이 고발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대검은 다른 3건의 고발을 병합해 수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사건이 병합될 경우 관할청인 군산지청이 수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배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병합과 배당 등을 위해 고발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수단체들은 박 신부의 발언이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중 적용 가능한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박 신부가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관련 연평도 발언을 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때문에 박 신부 발언 전후의 정황, 박 신부의 과거 행적 등이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박 신부 소환조사, 성당 압수수색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기소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박 신부의 발언만 두고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 연평도 사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도 “찬양·고무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며 “박 신부의 전체 발언 취지에 비춰 봤을 때 기소나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대표는 “연평도 포격 이야기로 북한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한 것인지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