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복합건물 공사장 화재… 2명 사망 9명 부상

입력 2013-11-26 18:01 수정 2013-11-26 22:55


인구밀집 지역인 서울 구로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10여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근에 대형 마트와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이 많아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소방시설은 달랑 소화기뿐…또 안전불감증?=26일 오후 1시37분쯤 구로디지털 1단지의 복합건물인 지밸리비즈플라자 상가동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 숨진 화재감시원 허모(60)씨와 시설관리원 장모(49)씨는 건물 2층에서 발견돼 구로고대병원에 안치됐다.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뒤 불에 타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함께 작업을 마치고 쉬던 5명 중 3명은 대피했으나 이들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기를 들이마신 권모(46)씨 등 9명은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현장에 있던 공사장 근로자 등 380여명은 불이 나자 긴급 대피했다. 소방차 39대와 소방관 75명이 출동해 27분 만에 진화했다. 공사장 맞은편 사무실에서 화재를 목격한 이모(35)씨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며 “마침 강풍이 불면서 불꽃이 번지더니 상가동이 불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상가동 지하 2층에서 인부들이 용접 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27일부터 관련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현장에는 방화셔터, 스프링클러, 경보 설비,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 구획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화기만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사망자 허씨는 이름만 ‘화재감시원’일 뿐 실제론 화재 관련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일용직 잡부였다. 일부 근로자들은 별도의 화재 대피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공사기한을 맞추려 서두르다 사고가 났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국건설노조 박종국 노동안전국장은 “복합건물은 인·허가나 계약 문제로 공사 지연이 잦은데 이 때문에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고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8월 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서두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희림컨소시엄이 감리를 맡아 지난해 2월 착공한 연면적 10만여㎡의 이 복합건물은 내년 7월 완공 예정이었다.

◇대형 참사 피한 아찔한 순간=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불은 대형 참사로 번질 위험이 컸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약 700m 떨어진 공사현장을 둘러싸고 벤처기업이 들어선 대형 건물, 병원, 은행,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 현장 바로 옆 건물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입주해 있다.

380여명 근로자들은 화재 직후 건물에서 빠져나오려 사투를 벌였다. 지하 3층에서 전기 작업을 하던 신모(40)씨는 “불이 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를 포함한 인부 50여명은 줄지어 지상 1층으로 올라왔지만 연기가 너무 심해 나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연기를 피해 지상 3층까지 올라갔다가 출구가 없어 다시 지하 3층으로 내려간 뒤 다른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간신히 1층에 도달했는데 연기가 심해서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며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 현장반장이 휴대전화 플래시로 길을 찾아 인부들을 인도해서 살았다”고 말했다.

전수민 박세환 조성은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