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이러다간 정말 망한다

입력 2013-11-26 17:50


“잇단 선거 패배에도 국정원 탓만 하는 민주당…그런 민주당에 휘둘리는 새누리당”

한 분야에서 성공하면 자만에 빠져 더 많은 매출을 내려고 원칙 없이 사업을 확장한다. 그러면 내부에서 위험 신호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무시한다. 외부 요인까지 겹쳐 기업이 흔들리면 허둥지둥 개혁을 추진하지만 효과는 없다. 결국 재무상황이 나빠져 몰락한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망하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쇠퇴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것을 단계별로 정리한 내용이다.

잘나가던 기업도 한번쯤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사무용 복사기 제조 업체인 제록스와 컴퓨터 장비 업체 HP, 일본의 도요타와 JAL 등이 그랬다. 우리나라의 동아건설과 STX그룹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에서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은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그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과감하게 시정하면 다시 전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위기에 처했는지를 모르는 기업은 소멸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당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의 승자이자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선 이후 11개월여 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요즘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국에서 갈팡질팡 헤매고 있다. 민주당 행태가 주원인이나 새누리당의 대응도 어설퍼 대치정국의 실타래가 더욱 꼬였다. 그러면서 걸핏하면 ‘남 탓’ 타령이다. 황우여 대표와 친박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 두 사람 간에도 현안을 놓고 종종 파열음이 나온다.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한 법안을 원내대표가 수정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여당을 국민들이 미더워할 리 없다.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라는 정기국회 중요 과제들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야당과 티격태격하며 소일하다가 결국 여당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대표와 원내대표의 동반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정신 차리고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두 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연거푸 패했다.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으로 치면 거의 망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망한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

지난 대선 직후인 올 1월 민주당 의원들은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현충원 맨바닥에 엎드려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민심을 받들어 환골탈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정체성 재정립을 비롯해 개혁 움직임을 잠시 보이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빌미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로 나가는 등 대여 공세 수위를 계속 높였다. 요즘도 국정조사에 이어 검찰이 수사 중인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이따금 등장한다. 1972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 안에 위치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한 사실을 부인하고, 수사를 방해하다가 취임 이듬해에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빗댄 말이다. 천주교 일부 사제들이 공공연히 ‘박근혜 사퇴’를 주장한 것과 맥이 통한다.

국정원 개입만 없었다면 지난 대선은 민주당 승리라는 자세는 민주당에 결코 득이 안 된다. 망해가면서도 자성은커녕 1년 가까이나 ‘국정원 때문에 망했다’고 우겨대며 민생마저 도외시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 창당의 얼개를 밝힐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소수이겠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야권 재편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거듭나야 한다. 지금처럼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를 고집한다면 머지않아 ‘안철수 신당’에도 밀리는 초라한 신세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