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하태림 (8) 병상서 열심히 기도해준 청년, 신천지 변신 충격
입력 2013-11-26 17:09 수정 2013-11-26 22:01
병원에서 만났던 환자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부주의로 건물 3층 창문 밖으로 떨어져 몸 한쪽이 마비된 청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다. 그러나 그는 예수를 믿지 않았다. 개척교회의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 고생하며 반감이 생긴 듯했다. 병원 복도에서 만난 청년의 어머니는 내게 심방 와 줄 것을 청했다. 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똑바로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청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내 모습 같았다.
그는 “아버지는 본인이 하고 싶어 목회를 하지만 나와 엄마는 목사의 가족으로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며 “교회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매일같이 그의 병실로 갔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나약해진다. 자연히 의지할 곳을 찾게 된다. 스물여섯에 반신불수 판정을 받은 이 청년도 병원 예배에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처럼 침대에 누운 채로 이끌려 나왔다. “나에게 역사하신 하나님. 제 병을 고쳐 주신 것처럼 저 청년에게도 똑같은 은혜를 부어 주십시오.” 청년을 두고 매일 기도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청년은 예수를 영접했다. 그의 몸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청년은 의지를 갖고 재활을 시작했다. 마비된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나님께 더 매달리라고 권면했다. 청년은 걷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병실에 찾아갔더니 한 중년남성이 내 손을 잡으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청년의 아버지였다. 아들이 예수를 믿게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청년은 마침내 온전히 회복했다. “하나님이 고쳐 주셨으니 하나님 영광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돌아가면 아버지 교회의 부흥을 위해 헌신하라고 당부했다.
1년쯤 지나 청년이 생각나 전화했다. 서울 온누리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아버지 교회는 어떻게 하고 거기로 갔느냐 했더니 교회 형편이 너무 어려워져 아버지가 목회를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택시운전을 한다고 했다. 마음이 안 좋았다.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고 싶었지만 당시 나도 병원을 나와 교회를 개척해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어느 날 청년의 아버지가 택시운전을 하다가 쓰러졌다. 간암말기였다. 가족에게 죄스러워 숨겼다고 했다.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우리 교회로 초대해 설교를 부탁했다. 그간 하나님의 말씀을 얼마나 전하고 싶었을까 생각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설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숨을 거뒀다. 2009년쯤의 일이다. 가슴이 아팠지만 천국에 가서 편히 쉬실 것임을 알기에 절망하지는 않았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그 청년에게서 1년 전쯤 연락이 와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만나서 요즘 어디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녀석이 조금 이상했다. “좋은 사람들 만나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간 잘 몰랐던 성경에 대해 알게 돼 재미있다고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혹시 신천지에 빠졌니?” 청년은 매우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내가 펄펄 뛰자 “이만희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목사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이라며 따졌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그의 어머니도 신천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혼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도 봤지만 청년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신천지 집회에 나와 보라고 권했다. “지금 얼마나 어리석은 길을 가고 있는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거기서 나오기 전까지는 연락하지도, 찾아오지도 마라.” 결국 모진 말을 뱉고 말았다. 그 청년은 지금도 내 주요 기도제목 중 하나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