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駐日 미국대사, 대지진 피해지역 방문… 고통받는 곳에서 일본을 사로잡다

입력 2013-11-25 19:04 수정 2013-11-25 21:52

캐럴라인 케네디 신임 주일 미국대사가 부임 첫 출장지로, 대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하며 ‘감성외교’ 시동을 걸었다.

교도통신은 케네디 대사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피해지역인 미야기현을 25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센다이시의 미야기현청에서 무라이 요시히로 지사와 면담을 갖고 대지진 이후의 부흥사업 진척 상황을 설명 받았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장녀라는 점 때문에 부임 후 웬만한 국가정상 이상의 환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첫 출장지로 일본인이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곳을 골라 인기가 더 올라갔다. 세심한 배려가 부각되며 일본인들의 마음을 얻는 데 합격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케네디 대사는 부임 전인 13일에도 주일 미 대사관 홈페이지에 일본 국민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게재했다. 그는 20세 때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신혼여행 때 교토와 나라를 찾은 사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뒤 일본어로 “일본에서 만납시다”라고 인사했다.

지난 15일 일본에 도착한 케네디 대사는 19일 고쿄 왕궁에서 일왕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잇달아 회담하는 등 주일 대사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1일에는 부임 후 처음으로 주일미군사령부가 위치한 도쿄도 훗사시 소재 요코타 기지를 방문했다.

아버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50주년 추모행사가 열린 23일(미국 현지시간 22일)에는 방일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담당특별대표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케네디 대사는 미국 최고의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서 공공외교 수행에 필요한 ‘정치적 자산’이 역대 어느 주일대사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일 신임장 제정식 때는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케네디 대사를 보기 위해 왕궁 앞 광장에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들었고, 그의 트위터 계정 팔로어 수는 이날 현재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아베 집권 후 긴밀해진 미·일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는 데 조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