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 5인이 보여주는 ‘한국의 色’… 박여숙화랑 개관 30주년 기념전

입력 2013-11-25 18:33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빌딩에 위치한 박여숙화랑이 2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한국의 색’이라는 타이틀로 개관 30주년 기념전을 연다. 네이처포엠빌딩은 한때 20여개 화랑이 들어설 정도로 ‘강남의 갤러리타운’으로 불렸으나 미술시장의 침체로 지금은 몇 개 남지 않았다. 청담동 일대가 패션 등 명품거리로 바뀌었지만 박여숙화랑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전시를 열고 있다.

홍익대 응용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잡지 ‘공간’에서 기자로 활동한 박여숙(60) 대표는 1983년 압구정동에 갤러리를 열었다.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화랑은 국내 처음이었다. 작가들에게 그림 팔 공간과 기회를 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첫 전시는 이영학 작가의 조각전. 이후 김점선 이강소 박서보 전광영 김강용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외에 소개했다.

지금은 100호짜리 한 점에 억대를 호가하는 ‘설악산 작가’ 김종학(77) 화백의 그림이 팔리기 시작한 것도 88년 박여숙화랑 개인전에서부터였다. 추상화를 그리던 김 화백은 원색의 설악산 풍경 그림을 내놓으며 “화풍을 바꿨으니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젊은 작가들과 그림 값을 똑같이 하자”고 했다. 100호 그림을 800만원에 팔았다. 그로부터 인기작가로 부상했다.

청담동으로 화랑을 옮긴 지 25년째. 이번 전시에는 김종학의 ‘설악의 가을’(사진)을 비롯해 김환기(1913∼1974)의 ‘산월’, 이대원(1921∼2005)의 ‘농원’, 사진작가 배병우(63)의 ‘창덕궁’, 염색장인 한광석(56)의 전통염색 작품을 모았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5명 작가를 통해 한국의 자연색과 전통색, 현대미술의 색채미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02-549-7575).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