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90억 횡령 가능했던 이유는… 장롱 속 국민주택채권 찾아보세요

입력 2013-11-25 18:16

KB국민은행 본점 직원이 90억원을 횡령하는 데 이용했던 국민주택채권. 이 직원은 만기가 지나 국고로 귀속되기 직전의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현금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상환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려 국고에 귀속된 국민주택채권 가액은 얼마나 될까.

국토교통부는 2000년부터 2013년 10월 말까지 국고에 귀속된 국민주택채권 상환금이 690억원에 이른다고 25일 밝혔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저소득가구의 주택건설사업 등에 필요한 국민주택기금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12조1254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이 채권은 현재 제1종과 제2종이 발행된다. 제1종은 부동산 등기, 국가 또는 지자체 등의 각종 면허·허가·등록 시 매입하는 채권으로 5년 만기다. 제2종은 주거전용면적 85㎡를 넘는 집을 사는 사람이 매입하는 채권으로 만기는 20년이다. 2006년 이후 발행 분의 만기는 10년이다.

제1·2종 모두 채권 상환일에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채법 제17조에 소멸시효가 5년으로 정해져 있어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돈을 찾을 수 없다.

부동산의 경우 시가표준액 2000만원 이상 매입시 채권도 매입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특별시나 광역시에서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0.031%의 국민주택채권을 사야 한다.

시한이 지나 국고에 귀속되는 금액이 내년 수십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만기일이 길다 보니 장롱 깊숙이 보관하다 채권 보유 여부를 잊어 이사를 하거나 상속받을 때 발견해보면 소멸시효가 지나 있는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2004년 이전 실물(종이)채권 형태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은 무기명이어서 소멸일이 다가오는 것을 은행이 일일이 고객에게 알려줄 방법도 없다. 이번 횡령 사건도 이 같은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현재 국민주택채권을 발행하는 곳은 우리·기업·농협·신한·하나·국민 등 6개 은행이다. 이번에 국민은행에서만 문제가 된 것은 2006년 이전엔 국민은행이 채권 발행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부터 실물(종이)채권 대신 등록(전자)채권으로 전환되면서 기명채권이 돼 조작의 여지가 적어졌고 만기가 되면 원리금이 계좌에 자동으로 입금된다.

아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채권은 인근 발행은행(국민은행)에서 즉시 상환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종이채권의 마지막 소멸시효(2014년 3월 31일)까지 남아있는 상환금은 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