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미래학회 티머시 맥 회장 “한국의 창조경제 비전·전략, 전 세계 영향 미칠 것”
입력 2013-11-25 18:09 수정 2013-11-25 22:25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시대의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둘은 내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 앞서 25∼26일 서울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 준비 글로벌 포럼’의 주제이기도 하다. 25일 잠실동 롯데호텔월드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티머시 맥(67) 세계미래학회 회장을 만났다.
맥 회장은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는 한국 경제를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무엇보다 ICT는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설명하기에 앞서 “창조경제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한 예로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창조경제는 중소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한국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 회장은 “특히 한국에서는 청년층이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에는 모험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모두가 삼성, LG, 현대에서 일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맥 회장은 “ICT는 청년들이 창업에 나서거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때 비용을 줄여줄 수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경제 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창조경제 비전과 전략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ICT 수준도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맥 회장은 “ICT에 있어서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고 극찬하면서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들보다 먼저 목표를 정했고,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며 언제까지 목표를 이뤄야 하는지를 결정했으며,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다”고 말했다. 내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ITU 전권회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ICT 분야에서 얼마나 앞서 있는지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맥 회장은 ICT를 통해 창조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창조와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중에게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차를 예로 들자면 충전소가 길목마다 있고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만큼 많은 전기차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면서 “전기차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분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지 묻자 주저 없이 “빅데이터”라고 답했다.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의미다. 그는 “ICT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데이터를 통해 여러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특히 공공의료 부문에서 전염병의 발생 경로를 추적하고, 국가 보안에 활용하거나 또는 범죄 패턴을 분석하는 일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미국에서는 ‘데이터의 주인이 누구인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운영해야 하는지는 아주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미래학회는 미국을 기반으로 80개국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맥 회장은 “정부, 학계, 민간기업 전문가 등이 모여 사람들이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도와주는 기관”이라고 했다. 세계미래학회는 연 6회 미래보고서를 발간하며 매년 평균 35개국 정부 대표와 각계 전문가 등 800여명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미국 워싱턴대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시러큐스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맥 회장은 뉴욕 등지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하버드대 존 F 케네디 행정대학원과 국립과학한림원에서 정책연구원을 역임했고 미 회계감사원 예산정책 특별조사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 정부의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교통시스템 전략 수립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인터넷이 현대사회에 끼친 사회적·경제적 효과에 관한 저서를 집필 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