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동북아] 日,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은밀하고 치밀하게
입력 2013-11-25 18:12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은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 후 평화헌법에 따라 방어 목적 외의 전쟁 권리를 포기했다. 실제로 1946년 제정된 일본헌법 9조 1항은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는 국제분쟁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유엔헌장 51조는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동맹국을 지원해 제3국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무력 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보편적 권리를 헌법이 막는 구도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이런 모순을 피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헌법 해석에 따라 이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결론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권 시절 일본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 유엔의 집단 안전보장 참여와 같은 명시적인 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자는 주장을 폈다.
지난해 12월 보수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더 이상 패전국 일본이 아닌 보통국가 일본으로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역시 보통국가 기준에 맞게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한몫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재정 위기까지 겪으면서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았다. 아시아 중시 외교를 펼치는 미국으로서도 중국의 팽창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즉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면서 군비 부담을 나눠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유권 갈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25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것은 중국을 견제할 수단으로 일본을 선택했다는 의미”라며 “한국도 감정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에 대응할 게 아니라 일본과 실무적인 대화를 통해 무엇이 국가 이익인지 생각해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