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발언’ 후폭풍] 민주당 “대선개입엔 눈 감고 일부 사제의 비판에만 눈 부릅떠”

입력 2013-11-25 18:03

민주당은 2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야권을 겨냥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과 관련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선 눈감고, 일부 사제의 비판에만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참 좋은 말씀”이라며 “박 대통령이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국민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에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이 해당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해당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가정보원과 정치검찰이야말로 국가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핵심 세력 중 하나”라며 “이 사건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 달라”고 촉구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여당과 총리, 국방부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특검 요구가 높아지니까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도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에 반대한 국민,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안보를 해치는 세력이라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판을 받아들였다”며 “국민 비판에 쌍심지를 돋우는 대통령이 두렵고 국민 비판을 넉넉하게 들을 줄 알았던 대통령이 그립다”고 했다.

민주당은 사제단의 연평도 포격,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통령 퇴진과 관련한 발언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종교계까지 뛰어든 현 정국을 엄중한 상황으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과 여권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칫 종북과 대선 불복 논란을 일으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굳이 종교계가 현실정치를 말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성직자들이 현실정치를 거론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은 나라가 대단히 불행하고 엄중한 상황으로 내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제단의 우려는 가슴 깊이 새기겠지만 전 교구의 생각도 아니고 일부 의견에 함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아 일이 커진 것”이라면서 “결국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