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발언’ 후폭풍] 안보 훼손·정권 정통성 공격에 엄중 경고… ‘원칙론 돌파’ 재확인
입력 2013-11-25 18:03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해 철저한 무관용(無寬容) 원칙을 천명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내에서 나온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을 정당화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권의 정통성을 흔드는 시도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는 지난달 31일 이후 처음 열려 당초 박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수비를 통해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과 함께 국정운영 방향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왔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랜만에 소집된 대수비에서 3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부터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은 연평도 포격 도발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며 “포탄이 날아오는 그 위기의 순간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최선을 다했던 장병들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휴가를 포기하고 전운이 감도는 서해 5도로 복귀하던 장병들의 애국심이 새삼 생각난다”고 밝혔다. 그 전날인 지난 22일에는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에서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을 했다. 박 신부의 발언이 있던 그날 연평도 포격 당시 장병들을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과 어투로 국민들을 향해 국가안보 수호 의지를 주문했다. 북한의 ‘청와대 불바다’ 발언을 거론하면서 “안보는 첨단 무기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애국심과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내외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고 표현했다.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대상이 안보를 위협하는 발언뿐만이 아니라는 의미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최근 다시 불거진 대선 불복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이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혔던 “무엇이든 국회에서 합의하면 받아들이겠다”는 발언을 다시 상기시키며 야당을 압박했다.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은 내치의 고삐도 단단히 죄는 모습이었다. 우선 정치권을 향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예산과 법안에 대해 정파적으로 접근하지 마시고 정말 국민을 위해 제때 통과시켜 주셔서 어려운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가 강조됐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 원전 비리 등을 거론하며 “눈에 불을 켜고 확실히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 수장 임명을 앞두고 있는 감사원에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조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과제를 던졌다. 아울러 “경제민주화라는 것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포퓰리즘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념적으로까지 가서 기업들을 옭죄는 것은 정말로 해악”이라며 경제민주화가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상임위원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통일정책을 잘 전달해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방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의식을 깨워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