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모그 엎친데 경유택시 덮치나

입력 2013-11-25 18:11 수정 2013-11-25 22:10


경유(디젤) 택시 도입을 두고 정부 부처 간 갈등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여당은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임을 강조하며 경유 택시 허용과 유가 보조금 지급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환경·건강 피해 문제와 국가재정 부담, 버스·화물업계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단체 일각에선 “정부 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택시 업계를 달래려 국민 건강권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유 택시 도입은 2005년부터 꾸준히 쟁점이 돼 왔다. 당시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며 택시도 연료 밀도가 높아 효율이 좋은 경유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업계 요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부 등은 경유 택시 허용에 따른 배출가스, 경제성, 산업균형발전 문제 등을 이유로 계속 반대해 왔다. 현재 전국에 25만대인 택시는 거의 대부분 LPG(액화석유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국토부가 28일 개최 예정인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유 택시 도입을 적극 추진키로 함에 따라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경유차가 ‘대기오염 공장’으로 불릴 만큼 배출가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는 경유차에서만 배출된다. 경유차 배기가스 속 질소산화물은 산성비와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토부는 택시연료 다변화를 통한 택시업계 경영난 해소와 LPG의 민감한 가격 변동성 억제를 위해 경유차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국제 경유차 배기가스 환경규제 기준인 ‘유로 5급’에 맞는 경유차만 생산·수입·판매할 수 있다. 경유 택시의 환경 문제가 대두됐다면 선진국인 유럽연합(EU)에서 이미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환경정의는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등 경유차 기술 발전으로 최근 ‘클린 디젤’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 것일 뿐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물질은 여전히 다른 연료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택시는 정체 및 저속 구간이 많은 시내 주행 특성을 고려할 때 DPF의 정상 작동이 보장되기 어렵다.

환경부는 2015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국제 환경기준 ‘유로 6급’ 적용 이후 환경 검증이 끝나면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정부가 2005년부터 약 4조1000억원을 투입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등 대기오염 개선 대책을 추진, 최근 10년간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40%까지 감소했다. 한쪽에선 혈세를 들여 미세먼지를 줄이고, 다른 쪽에선 유가 보조금까지 줘가며 경유차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