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동료애로 한마음 몰리나 구하기 5분 제2 신영록 비극 막아
입력 2013-11-26 05:04
지난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클래식 A그룹(상위 스플릿) 38라운드 경기.
전반 2분 서울의 외국인 선수 몰리나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 온 차두리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기 위해 뛰어올랐다. 동시에 점프한 부산 수비수 김응진과 머리가 부딪힌 몰리나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몰리나는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눈동자는 풀려 있었고, 혀는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응급상황임을 느낀 양팀 선수들은 마치 사전에 훈련이라도 한 것 처럼 동료애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부산 수비수 이정호가 나섰다. 이정호는 앞으로 쓰러진 몰리나를 바르게 눕히고 응급조치를 했다. 서울의 외국인 선수 데얀은 다급하게 벤치를 향해 손짓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 수비수 김진규는 질식을 막기 위해 몰리나의 혀를 잡았다. 김민철 부산 수석 트레이너는 후배 박해일 트레이너와 함께 재빨리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가 몰리나의 기도를 확보하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
같은 팀의 김응진도 다쳤지만 의식을 잃은 몰리나가 우선이었다. 응급조치가 이어졌지만 몰리나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앰뷸런스까지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신영록 사고’가 재발하는 건 아닐까? 경기장은 순식간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제주의 신영록은 2011년 5월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부정맥으로 경기 중 쓰러졌다. 제주 트레이너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현장에 응급 처치기기인 자동 제세동기는 없었다. 약 1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한 신영록은 50일 만에야 의식을 되찾았고, 목숨은 건졌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금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후 프로축구연맹은 모든 경기장에 자동 제세동기를 비치하고, 응급상황 대처 매뉴얼, 의료 필수장비 보급 등 경기장 의료 및 안전대책을 강화했다.
몰리나의 가족은 관중석에서 울먹이며 상황을 지켜봤다. 몰리나가 쓰러진 부산 골대 뒤편에 자리한 부산 서포터스는 “몰리나, 몰리나”를 외치며 의식을 찾길 기원했다. 약 5분 후 마침내 몰리나가 정신을 되찾았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몰리나는 전반전이 끝난 후 경기장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CT 촬영을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다. 동료애와 빠른 응급조치가 소중한 생명을 살려낸 셈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