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솟구치자 맨유 와르르… 카디프시티 김보경 데뷔골

입력 2013-11-25 17:59

카디프시티가 맨체스터 유타이티드(맨유)에 1-2로 뒤져 있던 후반 추가시간. 맨유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32·PSV 에인트호벤)과 닮은 선수에게 한 방 얻어맞은 것. 카디프시티의 극적인 동점골 주인공은 바로 박지성이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김보경(24)이었다.

김보경은 25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3∼2014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어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김보경은 경기 종료 약 3분 전 피터 위팅엄이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문전에서 헤딩슈팅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이 골은 김보경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자 지난 시즌까지 통틀어 한국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첫 골이기도 하다.

김보경은 골을 넣은 뒤 포효하며 상의를 벗고 질주했다. 당연히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날려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디프시티는 전반 15분 웨인 루니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33분 프레이저 캠벨의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춘 카디프시티는 전반 종료 직전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헤딩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경기 막판 공격이 점차 무뎌지자 말키 매케이 카디프시티 감독은 조던 머치 대신 김보경을 투입했다. 판단은 적중했고, 김보경은 해결사 역할을 했다.

김보경은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활약하다 팀이 승격하면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거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반 선발로 뛰던 김보경은 최근 머치에게 밀려 교체 출전하는 빈도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보경은 박지성이 전성기를 보냈던 ‘강호’ 맨유를 상대로 골을 터뜨려 흔들리던 입지를 다지면서 ‘박지성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과시했다. 물론 프리미어리거 새내기 김보경이 박지성의 업적을 따라가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자신의 롤모델인 박지성을 따라 등번호 13번을 단 김보경은 팬들에게 ‘강팀 킬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박지성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유로 스포츠’는 김보경에게 평점 8점을 줬다. 카디프시티에서 평점 8점을 받은 선수는 김보경 외에 골키퍼 데이비드 마셜, 조던 머치, 프레이저 캠벨 등 네 명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