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사위가 오늘의 영광 일궈 롱런 선수 됐으면”… 골프여제 키운 부친 박건규씨

입력 2013-11-25 17:58 수정 2013-11-25 19:12

“살다보면 1등이 2등 되고 확 뒤집어졌다가 다시 올라갈 수도 있죠. 저는 인비가 롱런하는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은퇴해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정하는 선수로 남길 바랍니다.”

골프여제 박인비(25)의 아버지 박건규(52)씨는 요즘 딸 덕분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유명세에 딸이 혹 달갑지 않은 루머에 시달릴까봐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여느 극성스런 골프대디와 달리 일찌감치 딸의 장래성을 믿고 맡긴 점이 달랐다. 박씨는 박인비가 중1 때 미국에 골프유학을 보냈다.

“딸을 선수로 키우는 동안 다른 아빠들 하곤 어울릴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아빠들도 그들 나름대로 철학이 있지만 저는 미국 스타일로 가르치려고 했죠.”

그는 박인비가 2부투어에 뛸 때도 5개월 같이 다녔다. 그러다 2007년 미국 LPGA에 본격 진출한 뒤 박인비로부터 “아빠보다 내가 더 잘해”라는 고백을 듣고 결국 전문 캐디에게 맡겨버렸다.

박씨는 딸의 연애에도 다른 아빠들보다 ‘쿨(cool)’한 편이다. 여자운동세계에서 여전히 금기시되는 연애도 흔쾌히 허락했다. 박인비는 2년 전 프로골퍼 출신인 남기협(32)씨와 약혼했다.

예비사위에 대해 박씨는 “인비를 이 자리에 올려놓은 이가 남 프로”라며 “인비가 힘들 때 만났는데 (돈 보고 결혼한다고 하니) 많이 억울할 것”이라며 미안해했다. 박씨는 “딸이 약혼자와 함께 미국투어를 다니면서 지옥이 파라다이스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박인비는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우승이 없었다. 골프를 관두고 싶다는 얘기를 밥먹듯이 했다. 하지만 남씨가 코치 겸 매니저로 투어에 동행하고 약혼에 이른 뒤 작년 하반기부터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딸의 체격에 대해 “옛날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슬럼프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이 찌기시작했다. 하루는 ‘왜 나에게 물만 먹어도 살찌는 유전자를 물려줬냐’고 하더라. 올 겨울에 체력훈련을 강도 높게 해서 내년 2월 첫 대회 나가기 전까지 7㎏ 정도 빼 옛날 몸매를 만들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인비의 남은 목표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라면서 “내년에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밀고 나갔으면 한다”고 인터뷰를 끝냈다.

서완석 국장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