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치매환자도 요양서비스 받는다

입력 2013-11-25 17:56 수정 2013-11-25 22:00

대구의 70대 할머니 A씨는 멀리 사는 자녀 얼굴을 종종 헷갈려 하는 경증 치매환자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내가 밥을 먹었느냐”고 되묻고, 가끔은 화장실 가는 길을 잊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서는 이도 닦지 않았다. A씨는 치매를 앓고 있긴 하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등급 외 환자’다. 1∼3등급이어야 서비스를 받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은 아니어서 A씨를 돌보는 건 전적으로 함께 사는 40대 아들 내외의 몫이다. A씨는 지난 9월 보건복지부 ‘치매특별등급 시범사업’의 하나로 인지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3개월 만에 A씨는 다시 혼자 이를 닦을 수 있게 됐다.

대구 카리타스본동요양센터 사회복지사 노태용씨는 “양치하는 방법에 대한 반복학습을 통해 퇴화됐던 기능을 일부 찾은 경우”라며 “경증 치매환자의 경우 퍼즐 맞추기 등 인지훈련을 통해 상태가 악화되는 걸 막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A씨처럼 기존 제도로는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증 치매환자 최대 5만명에게 내년 7월부터 추가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가 제공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5일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 도입방안’ 공청회를 열고 전국 6개 지자체에서 시행된 3개월여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안은 현행 장기요양서비스의 51점 이하 등급 외 환자 중 45점(혹은 40점) 이상 치매환자를 치매특별등급으로 묶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대상자는 40점을 커트라인으로 할 경우 5만명, 45점일 경우엔 2만5000∼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미 복지부는 내년 예산에 5만명 분의 국고지원액 180억원(장기요양보험 포함 13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서비스 종류는 크게 주야간보호와 방문요양으로 나뉜다. 주야간보호는 하루 8시간 월 20일까지 시설에서, 방문요양은 하루 2시간 월 24.5일(49시간)까지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다. 하루 60분 이상은 반드시 인지훈련프로그램을 받도록 의무화한 게 특징이다. 경증치매 특성상 ‘보호’보다는 ‘증상 완화’ 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부족한 인프라는 걸림돌이다. 당장 인지프로그램을 제공할 요양보호사 교육 및 주야간보호 시설(2013년 기준 1401개) 확충이 정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