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잉락 총리 퇴진 요구… 태국 대규모 시위, 재무부·외무부 청사 점거

입력 2013-11-25 17:45 수정 2013-11-26 01:12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가열되면서 태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0년 시위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상황에 비춰보면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 등 보수 야권은 25일 방콕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로 방콕 교통은 마비됐으며 주요 정부 청사 등의 업무도 차질을 빚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수텝 타웅수반 전 부총리는 시위에 1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13곳에 분산된 시위대 중 일부는 재무부와 외교부 청사를 점거했다. AFP통신은 시위대가 재무부 건물에 난입했고, 외무부는 건물 앞 마당을 점거한 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로 인해 20여개 학교가 잠정 폐쇄됐다. 또 방송국 등의 보안도 크게 강화됐다. 수텝 전 부총리는 “공무원들이 더 이상 잉락 정권을 위해 일하지 말고 시민 편에 서기를 희망한다”면서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휴일인 24일 1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는 밤을 넘기며 계속됐다. 시위대 규모는 2010년 4~5월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를 겨냥한 포괄적인 정치사면 등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야권은 잉락 총리를 퇴진시키기 위해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이며 26~27일 토론을 벌인다. 또 탁신 전 총리 지지세력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잉락 총리는 사퇴나 의회해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24일 페이스북에 “정부 수반으로 이번 혼란이 유혈사태로 악화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고 대결을 피한다면 국가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대에 맞서 잉락 총리를 지지하는 친정부 진영 4만여명도 방콕 동쪽에 있는 국립경기장에서 ‘붉은 셔츠’를 입고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태국은 2010년 친탁신계인 ‘레드 셔츠’ 시위대가 방콕공항 등 주요 지점을 3개월여 동안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 진압 과정에서 90여명이 사망하고 1700명이 부상했다. 조기총선 결과 민주당이 정권을 내주고 농민, 도시 빈민이 지지하는 잉락 정권이 집권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