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구제금융 졸업… 스페인에 투자자금 몰려
입력 2013-11-25 17:45
내년 1월 구제금융을 졸업할 것이라고 선언한 스페인에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스페인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94억 유로(약 27조87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배에 달했다. 스페인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반짝 경기회복세를 보였던 2010년 300억 유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에는 210억 유로로 급감했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제계 거물들의 투자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스페인 건설회사인 FCC의 지분 6%를 1억850만 유로에 사들여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멕시코 최대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도 스페인 금융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 지분 6%를 사들였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 IPIC는 에너지기업 셉사를 인수했다. 또 카타르홀딩스는 전력업체인 이베르드롤라의 1대 주주가 됐다.
유럽 최대은행인 스페인 산탄데르의 에밀리오 보틴 회장은 최근 “스페인은 현재 환상적인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며 “돈이 세계 어디에서든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발언이다. 스페인은 최근 2년 이상 이어진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1% 증가하면서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달 초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스페인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 투자자문사인 아르카노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인은 10년 전 독일이 경험했던 경기회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유럽개혁센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이먼 틸포드는 스페인의 국가채무와 수출경쟁력을 예로 들며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스페인의 국가채무는 올해 말 GDP 대비 9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틸포드는 또 외국인 직접투자의 급증세에 대해서도 “대규모 인수합병(M&A)보다는 위기 기업에 대한 투자와 자산 매입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평가절하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