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물밑 작업·압박… 돋보인 美 ‘협상의 정석’

입력 2013-11-25 17:44 수정 2013-11-25 22:12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 가동을 멈추도록 하는 협상이 성사되기까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의 치밀한 물밑 작업이 있었다. 협상이 타결되자 미국은 곧바로 이란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압박했다. 한편으론 이번 협상을 못마땅하게 여긴 제3국가 달래기도 돌입했다. 지난 24일 타결된 이란 핵협상은 미국이 ‘협상의 정석’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밑에서 이뤄진 양자 간 비밀협상=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비밀리에 이란 고위 관료를 만나 사전작업을 벌여왔다고 AP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정책기획실장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이란 고위 관료와 최소 5차례 비밀회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었고, 회동 장소도 오만 등 제3국을 이용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합의안이 발표된 당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이 중 4번의 회동은 지난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졌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은 최근 타결된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져 최종 합의안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미국은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독일)’과는 별도로 이란과 비공식·비공개 회동을 몇 차례 진행해 이번 협상의 아이디어를 진전시켰다”고 밝혔다.

협상이 타결되자 미국은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합의 내용 곳곳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실질적인 이란 핵 폐기로 이어지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미 의회는 핵 협상 타결 다음날인 24일 이란에 대한 새 제재안 처리를 강행키로 했다.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는 더 가혹한 제재를 하겠다는 위협이 이란을 핵무기 포기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란이 임시 합의를 이행하지 않거나 합의 사항을 위반할 것에 대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합의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핵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30분 정도 이어진 통화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비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논의를 함께 시작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대 따라 다른 전략=미국은 대화를 통해 이란과의 협상을 성사시킨 반면 또 다른 핵개발 시도 국가인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상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북한은 많은 면에서 다르다”고 전하며 양국 간 몇 가지 차이점을 꼽았다.

먼저 이란은 표면적으로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등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이란과 다르다. 또 이란은 국제사회가 개입하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수 있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세 차례나 하는 등 이미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차례 합의를 파기한 전과도 있다. 미국은 ‘대화가 통하는지 여부’에 따라 다른 노선으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