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틈새에 낀 한국, 中 딜레마

입력 2013-11-25 17:41 수정 2013-11-26 00:54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토대로 보통국가화를 위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에 이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대립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인 ‘아시아 중시정책’ 하에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의 파트너십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핵심 관련국 간 국익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박근혜정부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채 전략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근혜정부 외교는 ‘중국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진전이 없던 한·중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정치·안보대화까지 활성화되면서 양국 관계는 정열경열(政熱經熱·정치와 경제 모두 뜨거운 관계) 단계로 급진전됐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기존 한·미동맹의 틀을 이완시키고 미·일동맹을 구조적으로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층 가까워진 한·중 관계와 달리 한·미 관계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할 ‘동맹변환’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미 관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미 외교에 추월당한 상황이다. 냉랭한 한·일 관계 역시 한국과 일본을 모두 중시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풀기 어려운 난제로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방향타 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렇다고 한·중 관계가 무조건적인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도 아니다. 특히 영토 주권과 역사인식에 대해선 인식의 차이가 크다. 중국이 최근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 상 제주도 서남방 일부 구역과 이어도가 포함된 것을 놓고 양국 간 갈등이 분출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동북공정 문제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전략적 스탠스를 취하는지가 앞으로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철저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활용하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한국 외교의 전략적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해 누구에게도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자칫하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중국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