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으로 한 포기 한 포기 담갔다
입력 2013-11-25 17:36 수정 2013-11-25 22:27
이른 아침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진 25일 오전 10시. 서울 시흥동 청담종합사회복지관 1층 강당에서는 흰색 모자를 쓰고 남색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노련한 손놀림으로 절인 배추 사이에 고춧가루 양념을 발랐다. 국민일보와 농협중앙회, 금천푸드뱅크 공동 주최로 ‘2013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봉사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근 김성기 국민일보 사장은 “이때쯤 김장을 담그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며 “비록 전해드리는 김치의 양은 넉넉하지 않지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넉넉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활짝 열린 문으로 찬바람이 몰아쳤지만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배추를 나르고 갓 담근 김치를 아이스박스에 넣었다. 이날 봉사자들이 담근 김치는 자그마치 2.1t, 1050포기나 된다. 김치는 금천구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210여명에게 10㎏씩 전달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 가운데 30여명은 “내가 먹을 김치니 나도 힘을 보태겠다”며 새벽부터 복지관을 찾은 수급 대상자들이었다. 토박이 주민들도 행사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삼삼오오 몰려와 봉사를 자청했다.
강원덕(79) 할머니는 “시흥동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인 산동네 시절부터 40여년 살면서 좋은 일이 많았는데, 나도 보답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친구 3명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 복지관에서 7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재순(77) 할머니는 “이웃들이 먹을 김치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쓰여서 새벽 6시에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