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과 싸우는데 역차별 없어야”… 日 ‘라인’ 본사서 간담회
입력 2013-11-25 17:39 수정 2013-11-25 22:21
이해진(46·사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IT기업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25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 본사에서 열린 가입자 3억명 돌파 기자간담회에서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얼마나 강한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자기들의 사업을 얼마나 강하게 진행하는지 알 수 있지 않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출발할 때 1등은 야후코리아였고 당시 국내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던 전쟁터였다”면서 “정부가 도와줘서 1등이 된 게 아니라 기업 대(對) 기업으로 싸워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적어도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의 제재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의장이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난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공개적인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그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기도 했다. 이 의장은 “회사 일 안 하고 숨거나 뒤에서 조종하는 걸 은둔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큰 서비스 전략을 만들고 일본 사업도 하느라 일을 열심히 해왔다”면서 “원래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고 응수했다.
그는 “5∼6년 정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라인을 준비할 때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이었다. 성공하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실패해도 미래를 위한 징검다리라도 되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 텐센트는 위챗에 마케팅 비용만 2000억원을 쓰고 있다.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을 쓴다고 하는데 우리는 올해 1000억원을 썼다”면서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감각, 서비스 품질, 디자인 등은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그렇다고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는 매년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PC에서 1등이라고 모바일에서도 1등이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라인 본사는 축제 분위기였다. 기념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가입자가 표시됐다. 3억명에 근접했을 때 라인 임직원들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정확히 오후 2시36분 3억명을 돌파했다. 모리카와 아키라 사장과 임직원들은 대형 폭죽을 터뜨리고 환호성을 지르며 자축했다.
이처럼 2011년 6월 23일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이 29개월 만에 전 세계 가입자 3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7월 50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1월 1억명, 4월 1억5000만명, 7월 2억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하루 72억건의 메시지가 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카카오톡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생각만큼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정반대다. 라인은 230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인 일본 가입자는 500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0%를 차지한다. ‘일본에서 유명한 모바일 메신저’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태국(2000만명), 대만(1700만명), 인도네시아(1400만명), 인도(1300만명)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대세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선 스페인에서 1500만명이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
본사가 일본에 있기 때문에 일본 메신저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라인은 네이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인기 비결은 스티커 메시지를 이용한 ‘소통하는 재미’에 있다. 이용자들은 구구절절 문자로 쓰는 것보다 스티커를 보내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에서는 드래곤볼, 도라에몽, 헬로키티, 스누피 등 다양한 캐릭터 스티커를 판매 중이다. 내년에 가입자 5억명을 달성하겠다는 게 라인의 목표다.
도쿄=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