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고품 인터넷 거래 사기 안 당하려면… 경찰청 ‘넷두루미’ 클릭부터 하세요
입력 2013-11-26 01:11
지난 18일 A씨는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아기 장난감을 구입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15만원짜리 미국산 정품 장난감을 6만원에 판다던 B씨는 “내 아이가 정말 잘 갖고 놀았다. 믿고 구매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아기 엄마’의 글에 A씨는 망설임 없이 송금했다. 하지만 물건 배송이 늦어졌고 판매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잡을 자신 있으면 잡아봐라ㅋㅋ’라는 B씨의 답장이 돌아왔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청 ‘넷두루미(www.net-durumi.go.kr)’ 사이트에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했다가 최근 3개월간 6건의 사기 신고가 접수된 번호임을 알게 됐다. 그는 장난감 외에도 동화책 전집이나 이유식용 음식물건조기 등을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왔다. A씨는 “미리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했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넷두루미는 경찰청 사이버대응센터가 2010년부터 인터넷 사기 판매자의 휴대전화 번호나 계좌번호를 열람,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다. 최근 3개월 동안 3차례 이상 경찰에 사기 피해가 접수된 번호를 공개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기범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가 25일 중고거래 전문 사이트에 게시된 판매자 전화번호 100개를 무작위로 수집해 넷두루미에 검색해보니 12개가 사기 전력이 있는 번호로 조회됐다.
그중엔 사기 피해가 10차례나 접수된 번호도 있었다. 경찰은 휴대전화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습 사기꾼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을 1대 13만원, 2대 18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다고 글을 올린 뒤 ‘선(先)입금 후(後)택배’ 거래를 유도한다. 송금 받은 뒤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구매자 10여명의 돈을 가로채 ‘먹튀’ 했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 판매자는 지난 22일까지도 인터넷에 판매글을 올렸다.
넷두루미에서 가장 많은 사기 피해가 접수된 번호는 ‘010-8598-36XX’다. 이 번호로 3개월간 무려 207건의 피해가 접수돼 최다 신고 1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주부 커뮤니티에서 주방용품을 공동구매하겠다며 기업은행 계좌로 1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채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청은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접수된 인터넷 상거래 피해 신고가 3만2112건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