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심장처럼 필리핀을 다시 뛰게 하자”… 굿피플 재난의료팀 봉사현장

입력 2013-11-25 17:35 수정 2013-11-25 20:58


‘슈퍼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라는 표현은 필리핀 타클로반 주민들에게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지난 8일 이곳을 덮친 태풍해일에 살아남은 이들은 팔다리 몸 곳곳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2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다.

“매일 수천명이 타클로반에서 세부로 이동하는데, 이재민 대피소의 환경이 너무나 열악해 걱정입니다.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도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타클로반에서 비행기로 40분 거리에 있는 세부의 이재민 대피소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25일 새벽에 돌아온 국제 구호개발 NGO 굿피플(회장 안정복)의 재난의료팀 최경숙 원장(굿피플의사회 회장)은 열악한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대피소가 재난에는 안전하지만 위생적으로는 여전히 취약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체육관 같은 대형 시설에 수천명이 집단생활을 하는 데다 병원까지 오가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태풍 당시 빗물에 휩쓸려가며 팔다리가 부러지고 살이 찢긴 이들이 소염제나 소독약도 없이 지내고 있다. “손등과 발목에 난 가벼운 상처부터 등을 가로지르는 심각한 외상까지, 태풍으로 부러진 나뭇가지와 무너진 잔해들이 주민들의 몸 곳곳을 할퀸 흔적이 역력했다”고 전한 최 원장은 “흙탕물과 수습하지 못한 시신에서 퍼진 세균들이 습한 공기를 통해 확산되면서 피부질환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굿피플 재난의료팀은 세부 일대의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다니며 1000여명에게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진료를 펼쳤다. 임신부들에게는 초음파 진료를 실시했다. 타클로반에서는 태풍으로 충격을 받은 임신부들이 조산을 하는 사례가 잇따랐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들은 굿피플이 마련한 기기로 초음파 진단을 받으며 뱃속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외과 치료를 받으러 온 소년이 앞사람의 수술 장면을 보고는 진료를 안 받겠다고 울다가 굿피플이 전해준 생수와 의류 물통 신발을 받고 재미있는 사진을 보며 무사히 치료를 받은 일도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굿피플은 “앞으로 의료 지원에 그치지 않고 태풍 피해 지역의 복구와 재건이 이뤄지기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