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지 못한 정부
입력 2013-11-25 17:45 수정 2013-11-25 22:29
중국이 우리나라 이어도 영공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부의 국방외교 무능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불과 5개월 전 합참의장이 중국군 총참모부 초청으로 서해를 건너가 양국 간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하고 왔건만 비수가 돼 되돌아왔다. 경쟁국가의 속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니 실망스럽다.
이어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 일본에 대한 군의 입장은 치욕적이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어도를 비행할 때마다 일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그동안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겠다는 일본의 으름장에 밀려 이어도를 우리의 영역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 논리라면 이어도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소유란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적으로 영공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가 없어 일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센카쿠 문제로 중국과 갈등관계에 있기 때문에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도는 지난 2003년 우리가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해수면 밑 암초다. 마라도에서 149㎞ 떨어져 있고, 중국 퉁다오에서 247㎞, 일본 도리시마 섬에선 276㎞나 떨어져 있다.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적용하면 서로 중첩되지만 국제법상 중간선을 긋게 되면 우리 관할에 들어온다. 그동안 침묵하던 중국이 최근 이어도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도 EEZ 경계획정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발표에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다음 달에 열리는 한·중 외교안보 전략대화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도 검토하고 있다. 군 당국도 사전 통보 없이 우리 비행기를 이어도에 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움직임에 분명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훗날 큰 불씨를 남기게 될 것이다. 영토나 영해, 영공 문제에는 결코 양보가 없다는 신념을 정부가 행동으로 똑똑히 나타내 보이란 의미다.
지금 국제사회는 영토나 영해, 영공뿐 아니라 항공산업 발전을 염두에 두고 우주공간을 놓고도 물밑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명백히 우리 관할에 있는 영토조차 제대로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번번이 이웃나라에 밀리는 이 기막힌 현실을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와 군이 책임 있는 자세로 민족적 자부심을 살려낼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