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마다 황금빛 향연… 저무는 가을의 마지막 인사

입력 2013-11-25 17:26

열차로 떠나는 서울근교 걷기여행 춘천 물깨말 구구리길

‘춘천가는 기차’ 노래와 달리 춘천행 열차는 기적 소리 없이 출발했다. 평일임에도 ITX청춘 열차 2층 칸은 만석이다. 2층이라 해도 천장을 높이고 바닥을 낮춰 위아래 층으로 나눈 것이라 높이로 따지면 1.5층쯤 될까. 하지만 열차의 좌석이 조금 높아진 것만으로도 일상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창 너머 물안개 머금은 북한강을 따라 선 굵은 수묵화가 주르륵 펼쳐졌다. 여전히 춘천행 열차는 나에게 건네는 가장 손쉬운 위안이다.

◇봄내길 2코스, 굽이굽이 휘몰아치는 길= 춘천의 옛길과 걷기 좋은 길들을 이어 만든 춘천의 대표적인 트레일 봄내길은 총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그 중 2코스 물깨말 구구리길은 강촌역에서 시작해 봉화산 임도를 따라 문배마을과 구곡폭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강촌역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총 길이가 13.7㎞라 열차에 몸을 싣고 훌쩍 떠나 한나절 걷고 돌아오기 좋다.

물깨말은 물가 마을인 강촌의 옛 이름이다. 강촌역에서 나와 왼쪽 도로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구곡폭포 주차장에 닿는다. 이곳부터 골이 깊고 아홉 구비를 돌아든다는 구구리길의 시작이다. 주차장 좌우로 출입구가 있다. 오른쪽 출입구로 들어서면 구곡폭포를 지나 문배마을까지 제법 급한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왼쪽으로 길을 잡았다.

아이들이 자연 속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공간인 숲속다람쥐학교를 지나면 굳이 길을 찾을 것도 없다. 봄내길 이정표가 곳곳에 있긴 하지만 그저 산허리를 끼고 이리저리 휘도는 너른 임도를 따르면 된다.

◇낙엽송이 선보이는 황금빛 만추(晩秋)= 임도는 온통 황금빛이다. 간밤에 뿌린 빗줄기를 타고 낙엽송이 노랗게 물든 잎을 한가득 내려놓았다. 그 황금빛에 마음이 흐뭇해져 걷다보면 길 곳곳에 자리한 단풍나무가 선물처럼 울긋불긋 단풍까지 한 아름 안겨준다.

봉화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 쉼터를 지나 살짝 숨이 가쁜 깔딱 고개를 넘어서면 산줄기로 둘러싸인 문배마을을 볼 수 있다. 지금이야 임도를 따라 차도 오가지만 워낙 산 속 깊이 자리한 마을이라 한국전쟁 당시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김가네, 한씨네, 기돌이네 등등 이름이 정겨운 열 가구가 사는 산골 마을은 이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을 겸하고 있다. 아무집이나 들어가도 산채비빔밥과 토종닭백숙 등을 맛볼 수 있다.

구곡폭포의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생태연못을 한바퀴 둘러보고 마을을 나오면 급한 내리막이다. 예전에는 두 사람 어깨너비 만한 산길이었다는데 지금은 아주 널찍하게 계단처럼 닦아 놨다. 그래도 경사는 어찌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반대로 오르는 길이었다면 땀 깨나 쏟았을 법 하다.

20분 정도 내려오면 너른 쉼터를 만난다. 구곡폭포를 보려면 오른쪽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무계단을 꽤 올라야 하지만 50m 높이의 절벽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이 꽤나 장관이니 놓치지 말길.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빙벽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의 모습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구곡폭포에서 주차장까지 1㎞가 채 안된다. 이전엔 계곡 옆으로 길 따라 사람 키만 한 돌탑이 여러 개 늘어서 있어 꽤나 볼거리였다는데, 길을 넓히면서 돌탑도 싹 다 밀어버린 것이 아쉽다.

글=김 난, 사진=김진환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

교통편

물깨말 구구리길은 원점회귀 코스이고 강촌역과 가깝기 때문에 경춘선 ITX청춘열차(사진)나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ITX청춘열차를 타면 평내호, 청평, 가평을 지나 강촌역에 닿는다. 오전 8시 45분 첫차를 시작으로 9시 45분, 15시 45분, 18시 45분, 19시 45분 총 5편이 편성돼 있고 51분이 소요된다. 주말에는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까지 포함해 총 14편을 운행한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면 요금은 7000원.

전철을 이용할 경우에는 상봉역(7호선)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탄다. 20∼30분에 1대꼴로 운행하며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