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단독 공연 펼치는 보컬 앙상블 ‘로티니’… “새로운 음악 보여 드릴 겁니다”
입력 2013-11-25 17:25 수정 2013-11-25 22:29
오페라계에서 다소 발칙하게 여겨지는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한 모임이었다. 영국 로열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던 테너 박지민(35)이 동료 바리톤 임창한(34)과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예 바리톤 조셉 림(30·임경택), 스페인이 주무대인 바리톤 알도 헤오(34·허종훈)를 불러 모은 것. 정해진 틀대로 노래하는 오페라 무대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던 이들은 그 자리에서 재미있고 신나는 그들만의 무대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로티’와 유쾌한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 ‘니’를 붙인, 보컬 앙상블 ‘로티니’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들의 두 번째 단독공연 ‘비타 미아(VITA MIA)’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지난 23일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10시간 연습을 막 끝낸 이들을 만났다. 평범해 보이지만 저마다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뒤 미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의 일류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 중인 ‘촉망받는 솔리스트’들이다. 지난해 데뷔 무대와 올해 ‘조수미의 파크 콘서트’ 협연 무대에 호의적이었던 대중과 달리 기성 음악계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 그 모든 걸 감수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음악은 어떤 걸까.
“팝페라다 뭐다, 규정하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롤 모델? 당연히 없죠. 맨 땅에 헤딩하는 거라니깐요. 활어들이 양식장 같은 오페라 무대에서 드넓은 바다로 뛰쳐나온 거예요.”(조셉 림) 준수한 외모의 막내 입에서 예상치 못한 표현이 튀어나오자 멤버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레퍼토리의 한계도 없다. 이탈리아의 대중가요 ‘칸초네’를 중심으로 오페라 아리아와 엔리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 여기에 인순이의 ‘아버지’, 김도향의 ‘시간’ 같은 가요까지 넣었다. 테너 하나에 바리톤 셋이라는 독특한 구성. 바쁜 스케줄 때문에 준비 시간도 3주 뿐이지만 호흡엔 문제가 없다. 임창한은 “바리톤 세 명의 음역대가 달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테너 파트까지 구사하는 ‘레어 아이템’(희귀하다는 뜻) 알도 헤오의 공이 컸다. 리더 박지민은 “솔리스트들은 자기가 돋보이려 하는데 우린 서로 양보해서 문제”라며 “국제무대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데다 실력이 좋아 누가 어느 대목을 하는 게 좋은지 잘 안다”고 했다.
누가 공연장을 찾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조셉 림이 답했다. “아무나요. 턱시도를 입어도, 청바지를 입고와도 어울리는 공연이 될 거예요. 재미 없으면 리더가 환불해준다고 할까요? 하하.”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