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내시경’ 진단과 치료 병행… 의료진 숙련도가 관건

입력 2013-11-25 16:52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마니아 정모(42·남)씨는 올 겨울 스키장 개장 소식이 유난히 반갑다. 지난해 겨울 엉덩이 부근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을 때까지만 해도 다시는 스노우보드를 즐길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고관절 내시경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고 올해는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스노우보드를 탈 수 있게 됐다.

◇스포츠 활동 증가로 고관절질환 급증… 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어= 추위가 반가운 이들이 있다. 바로 스키·스노우보드 마니아들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한 법. 최근 각종 스포츠 활동이 유행하며 고관절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고관절은 엉덩이 부근의 사타구니에 위치한 관절로 골반과 하체를 연결해 하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고관절질환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발병률이 높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환자 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문화가 원인으로 꼽히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한 퇴행성 고관절염이나 무리한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고관절 손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몸짱 열풍도 고관절질환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뼈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과도한 스포츠 활동을 반복하면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관절 주위의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활액막염이나 점액낭염, 고관절이 움직일 때 툭툭 소리가 나는 발음성 고관절, 외상 및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 등이 있다.

◇발견도 치료도 어려운 고관절질환, 조기 발견 통한 고관절 내시경이 효과적= 고관절질환은 주로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날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혹은 보행을 할 때 사타구니나 엉덩이 대퇴부에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통증으로 인한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관절질환은 잘 알려지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또한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해도 고관절 전문의가 아닌 경우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필요치 않은 수술을 하는 등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김필성 부민병원 관절센터 부장은 “고관절질환은 치료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라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질환을 발견하면 고관절 내시경을 통한 간단한 수술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반면, 증상이 많이 진행된 후 뒤늦게 고관절질환임을 알게 됐을 때는 인공고관절수술과 같은 더 큰 수술이 필요하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관절 내시경은 고관절 주위에 지름 5∼6㎜ 정도의 구멍을 2∼3개 정도 뚫고 관절경을 넣어 모니터를 보며 찢어진 비구순을 꿰매거나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내시경을 통해 관절 상태를 직접 보기 때문에 관절 속의 이물질과 손상된 연골까지 확인 가능하고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고관절을 둘러싼 두꺼운 인대와 근육 등으로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해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아직까지 고관절 내시경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진은 국내에 많지 않다. 하지만 고관절 내시경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고 절개부위가 1㎝ 미만으로 매우 작아 출혈과 감염의 위험이 적을 뿐 아니라 당일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고, 3일 내 퇴원 가능 등 입원기간도 짧아 빠른 시간 내에 일상으로 복귀 가능한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그러나 고관절질환이 많이 진행돼 연골손상이 심한 경우엔 손상된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8∼10㎝만을 절개하는 최소상처 인공관절 수술법을 통해 연부 조직의 손상과 통증, 출혈 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때문에 체력적으로 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 환자나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또한 관절의 손상 정도에 따라 고관절 전체를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 전치환술과 본인의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는 인공관절 반치환술 및 인공관절 표면치환술 등 증상의 정도에 따른 맞춤형 수술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최소상처 수술법 역시 난이도가 높아 숙련된 의료진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특히 고관절은 그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 의료진의 실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합병증 위험 높은 고관절질환, 토털 케어 통한 치료 필요= 고관절은 우리가 서 있거나 걸을 때 꼭 필요한 관절로,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심한 경우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오랜 기간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또 합병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자칫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필성 부장은 “척추와 관절 질환은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동반 질환이나 환자의 체력,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최적의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주호 쿠키뉴스 기자 epi0212@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