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정병석]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

입력 2013-11-25 18:27


“인적자원의 질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 대통령이 현장방문해 챙겨야”

1976년 5월 어느 날 아침 박정희 대통령은 부천에 있는 중앙직업훈련원을 불시에 방문한다. 봉제·신발 등 노동집약산업에서는 간단한 요령을 알려주면 누구나 공장에서 바로 생산작업에 참여할 수 있고 일을 해가면서 기술을 숙달해 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70년대 중반부터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인력의 수준이 급속히 높아졌고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훈련을 받아야만 공장에 가서 일할 수 있게 상황이 변한 것이다. 정부와 기업에서 직업훈련 시설을 확대하여 기능인력 공급을 늘리려 노력해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문제해결의 돌파구로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가서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경제성장에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전문가들과 직업훈련 발전방안을 논의한다. 대화를 통해 가장 큰 애로는 우수한 훈련교사를 확보하는 문제라는 것을 이해한다. 훈련교사에 대한 대우도 좋지 않고 훈련원이 대개 도시 외곽지역에 있어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로 오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공감하자 즉석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다. 훈련원 내에 교사용 아파트를 지어 주고 훈련생 기숙사를 건립하는 등 개선대책을 즉석에서 조치한 것이다. 70년대 중반의 우리 경제 상황에서 이러한 결단은 파격적인 것이었고 그만큼 파급효과가 컸다.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는 직업훈련에 관한 여러 논란을 잠재우고 정부와 기업이 일사불란하게 기능인력 양성에 매진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화에 성공하며 직업훈련 분야에서도 단기간 내에 개발도상국 중 최고의 모범국가로 인정을 받는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인적자원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여 생산에 참가할 인력이 줄어든다거나 고령화로 생산성이 감소한다는 일찍이 겪어 보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은 우리 경제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전환기임을 의미한다. 직업훈련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과 생산성을 올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므로 인적자원의 질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것이 잠재성장률을 올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길이다. 이러한 터닝 포인트에서는 국가의 최고 리더가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문제인식을 몸으로 보여주고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국민들에게 정부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를 각인시키고 공무원이나 산업계 인사, 교육훈련기관 담당자 등 모두에게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이슈를 확실하게 알려주도록 기획해야 할 것이다. 고용률 제고, 고령화, 취업난, 복지 확충 등 우리 경제의 주요 과제 해결이 인적자원의 개발과 성장의 지속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인력자원의 개발에 관한 메시지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교육훈련 기관을 방문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나거나 산업계 인사를 만나서 지역 내 능력개발 사업의 진행상황을 물어보고 어떤 애로가 있다면 이를 풀어주는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고용률을 70%로 올리기 위해서 인적자원 개발 체제에 일대 쇄신을 시작했다. 그동안 중앙에서 행사하던 직업훈련에 관한 권한을 지역으로 대폭 위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 내의 산업계 대표와 교육훈련기관 전문가들이 함께 중요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분권화에 맞는 획기적인 정책변화라고 할 수 있고 매우 적절한 것이지만 그럴수록 각 지방이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확실한 메시지를 대통령이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