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하태림 (7) 임신 어렵다던 의사 보란듯 4남매 출산 ‘기적’
입력 2013-11-25 17:16
결혼 전, 병원에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출산이라는 여성 고유의 축복을 누리지 못할 상황임에도 아내는 의연했다. 딸 스진이를 마음으로 키우면 된다고 했다. 아내는 “딸이 하나 있으니, 아들을 하나 입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내의 말대로 하려 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내 기도를 들어 주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나님께 아이를 갖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머릿속에 성경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를 주실 것이라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아브라함이 여종 하갈과 동침해 이스마엘을 낳은 이야기였다.
하나님은 결국 약속을 지켜 이삭을 주시지 않았던가. 아내에게 “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하나님 뜻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후 1년 지나면서 하나님이 성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셨다. 병원에 갔더니, 그래도 임신을 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의 판단일 뿐이었다. 아내는 기적과 같이 임신했다. 그 아들이 지금 16살인 성진이다. 이왕 주신 것 한 명만 더 달라고 기도했다.
2년 후 영진(14)이가 태어났다. 딸아이도 한 명 더 갖고 싶었다. 다음해 딸 유진(13)이가 태어났다. 하나님의 축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진이 출생 후 12년이 지난 지난해 늦둥이 막내아들 원진(20개월)이까지 주셨다. 사고 후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던 내게 무려 네 명의 천사를 보내주셨다. 오남매는 내게 가장 귀한 보물이다. 맏딸 스진이는 네 명의 동생들을 잘 돌봤고, 나와 아내에게 큰 힘이 됐다. 스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랑의선교회 병원 봉사활동에 따라 나와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도 동참했다.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다.
병원에서 사역할 때 하나님은 내 상처를 사용하셨다. 사고 후 재활을 통해 전신 마비를 극복한 것과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지만 기쁘게 삶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이 환자들에게는 희망이었다. 환자들은 나와 이야기하다가 “나도 하나님께 전적으로 매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예전의 나처럼 침대에 누운 채로 병원예배에 참석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0년 목사 안수를 받고 난 후에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환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병원 복도에서 찬양을 시작한 1991년부터 2008년까지 18년간 1000명이 훨씬 넘는 환자들과 만났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는 10년 전쯤 급성 백혈병으로 입원했던 대학생이다. 어느 날 이 학생의 어머니가 원목실로 찾아왔다. 믿음이 없는 아들을 한 번만 만나서 기도해 달라고 했다. 병실로 찾아갔다. 스무 살 나이에 백혈병을 앓고 있는 현실이 원망스러운 듯 적대적이었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하셨으니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니라.”
요한복음 1장 1절 말씀을 읽어주고, 성경을 읽어 볼 것을 권했다. 거의 매일 찾아가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날 이 학생이 예배에 참석했다.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기도 했다. 하나님은 이 학생을 들어 쓰셨다. 병을 완치시키셨다.
이 학생은 학부 졸업 후 신대원에 진학해 현재 목회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만두 공장에 다니고 계신 학생의 어머니는 내가 병원에서 나와 교회를 개척할 때, 지역아동센터를 세웠을 때, 지금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 중 한 명이다. 때마다 보내주시는 만두는 역촌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귀한 먹거리가 되고 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