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필리핀 재해와 한 마음

입력 2013-11-25 18:38


지난 11월 8일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현재 필리핀은 혼란에 빠져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만 약 5000명에 달한다. 유니세프에 의하면 이재민이 440만명 발생했고 그 가운데 어린아이들이 170만명이라고 한다. 아직도 실종된 사람이 약 2000명이나 된다. 이에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이 구호에 나섰고, 서유럽인 영국, 스위스 등 각 나라들이 구호를 위해 타클로반으로 모여들고 있다.

한국교회도 지난 19일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 출범식을 갖고 회원 교단 대표들이 필리핀에 가서 구호품을 전달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말씀에 근거하여 조직된 재해구호연합은 장로교회, 감리교회, 복음교회, 성결교회, 순복음교회, 루터란교회, 성공회 그리고 한국기독교봉사회 등 60여개의 교단 및 봉사단체가 모인 초교파 연합체이다. 재해구호연합 관계자들은 NCCP(필리핀교회협의회)와 UCCP(필리핀교회연합회)를 방문, 양쪽 지도자들을 만나서 피해 상황을 듣고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진지하게 의논하였다. 그리고 우리교회가 후원한 3000만원을 NCCK를 통해 그들에게 전달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타클로반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힘들었다. 마닐라 공항에서 5시간을 기다려 세부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세부에서는 배를 타고 3시간을 이동해 오르목이라는 도시에 도착해 구호품을 나눠준 후 타클로반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르목에 가보니 타클로반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타클로반이 강도와 반군으로 인해 치안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가 무너져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준비된 구호품으로 오르목에서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오르목도 30만명이 사는 해안 도시인데 약 70%가 파괴되어 많은 사람들이 수도와 전기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쌀을 나눠주면서 그들의 눈빛을 보았는데 그 상황에서도 그들을 불안하지 않고 편안해 보였다. 주님을 의지하는 것이다. 한 시각장애인을 만났는데 자기 집이 태풍에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남의 집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데 원망하지 않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은 것으로 감사해했다. 이번 재난에서 세계 NGO가 하나 되어 일심으로 돕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오르목 부두에서 본 스위스에서 온 사람, 네덜란드에서 온 사람, 영국에서 온 사람, 심지어는 중국에서 온 노인들까지 봉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사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 세계는 유엔 평화로 하나 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재난을 통해서 하나가 되고 한마음이 되는 것이구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구조하는 사람이나 한마음이 되었고 중국이나 일본이나 한마음이 되었고, 한국교회도 교파를 초월해서 하나 되었고 안 믿는 사람이나 믿는 사람이 하나 되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하나 되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편 133편 1절)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