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은 ‘복음 씨앗’ 뿌리는 날” 시흥 오이도 불기둥교회의 ‘5떡2어’ 사역
입력 2013-11-24 19:00
초겨울 바닷바람이 불던 지난 22일 오후. 하교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자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옥터초등학교 후문으로 학생들이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학교 문을 나선 아이들은 짝을 이뤄 학교 뒤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떡볶이와 어묵 냄새가 가득한 분식집에서 아이들은 금요일마다 만나 온 이모, 삼촌으로 부르는 전도사 앞에 앉았다. 이날 정지혜(32·여) 이모(전도사)는 ‘사랑은 쉽게 화내지 않는다’라는 주제로 성경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이모의 말을 경청했고, ‘이번 주에 친구에게 화를 낸 적이 있느냐’ ‘어떻게 화해했느냐’ 등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곳은 옥터초 학생들에게 매주 금요일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분식집 ‘5떡2어’다. 동시에 최준식(42·불기둥교회) 목사와 세 명의 청년 전도사가 사역하는 교회로 장년 20여명이 매주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이기도 하다. 청소년과 청년 30여명도 옆 건물에 마련된 문화 공간에서 예배를 드린다.
14년 전 오이도 지역에 교회를 개척한 최 목사가 분식집 사장까지 겸하게 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한 교인이 분식집을 인수했다가 ‘손목터널증후군’이 발병해 그만두게 된 것을 교회가 인수했다. 이 지역 아이들에게 복음 전하기를 목표로 사역하던 최 목사에게 학교 앞 분식집은 최적의 사역지였다.
옥터초 학생 400여명 가운데 180여명이 매주 이곳에서 복음을 접한다. 딱딱한 성경공부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쉬운 내용이다. 10분여의 공부가 끝나면 아이들은 ‘쿠폰 카드’에 별을 붙이고 간식을 받는다. 첫 번째 별은 떡볶이와 음료, 두 번째 별부터는 추가 메뉴를 더 받는다. 별을 열 한 개 모으면 작은 선물도 받는다.
먹을 것에 끌렸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 불기둥교회에서 7년째 사역중인 정 전도사는 “처음엔 제 눈앞에서 욕하며 싸우기까지 하더니 이제는 저를 위해 먼저 돗자리를 깔아준다”며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친구끼리 싸우거나, 넘어져 다쳐도 분식집으로 달려온다”고 말했다.
그녀는 “횟집을 운영하거나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많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 마음)속에 곪은 것들이 터져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아이를 끌어안고 운 적도 많았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130여년 전 선교사들이 뿌린 씨앗이 20세기 한국교회의 부흥으로 이어졌듯, 지금은 그저 아이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중”이라며 “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예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일반 분식집으로 운영되지만 월세나 공과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많다. 정 전도사는 “교회에 오는 아이들만 만나던 일반교회 사역보다, 매일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흥=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