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순애보 그린을 적시다… “그가 있어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입력 2013-11-24 18:53 수정 2013-11-24 19:02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골프만큼 훌륭한 연설 솜씨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 내 리츠칼튼 호텔에서 진행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3 롤렉스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 상을 수상했다. 수상 직후 박인비는 10분가량 영어 연설을 통해 소감과 함께 연인, 캐디, 동료 선수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튿날 CME 그룹 타이틀홀더스 대회 3라운드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은 박인비에게 “연설이 감동적이었다” “멋있었다”고 극찬했다.

박인비는 연설에서 내년 가을 화촉을 밝히는 약혼자 남기협(32) 코치와 캐디인 브래드 비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인비는 약혼자에 대해 “나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어를 못하지만 나와 함께 외국을 다니는 결단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나를 믿기 때문이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박인비는 “사람들은 그가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반대다. 운이 좋은 사람은 나다. 그가 있어서 골프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남 코치에게 우리말로 “오빠,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박인비는 프로 골퍼 출신인 남 코치와 2011년 약혼했다. 남 코치는 박인비와 투어 생활을 함께하며 코치 겸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남씨는 본인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습득한 스윙 노하우를 약혼녀에게 전수했다. 박인비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재기를 도운 이가 바로 남 코치다. 둘은 내년 가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6년 전 인연을 맺은 비처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코스 밖에서 불평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의 기량이 이렇게까지는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최대 라이벌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향해 “두 사람이 시즌 내내 나를 몰아붙여서 나도 이만큼 한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박인비는 3라운드 후 “수상이 확정된 후 5일간 연설문을 썼다. 한국선수라 스피치를 못한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 더 열심히 준비했다. 만나는 선수마다 연설이 좋았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박인비는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7언더파 209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이틀째 공동 9위 자리를 지켰다.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선두인 나탈리 걸비스, 제리나 필러(이상 미국), 포나농 파트룸(태국)과는 4타 차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