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충격의 ‘현대판 노예’ 사건… “너는 노예다” 30년간 세뇌·폭행

입력 2013-11-24 18:28

영국 런던의 가정집에서 30년 동안 감금돼 살아오다가 탈출한 ‘현대판 노예’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두들겨 맞으며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노예’라고 세뇌를 당해 탈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영국 BBC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구출된 피해 여성들이 지난 30년 동안 용의자 부부로부터 신체적인 학대를 견뎌야 했고, 허락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등 철저한 통제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은 말레이시아(69), 아일랜드(57), 영국(30) 출신 등 3명이다. 스티브 로드하우스 런던 경찰국장은 “피해자들이 장기간 정신적·신체적 가혹행위를 겪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피해자와 용의자의 관계가 어떻게 3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탈출을 시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수갑이 이들의 삶을 감금했다”며 “세뇌를 당했다고 말하는 게 가장 간단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과거 경험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들이 겪어야 했던 정서적 학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성 중 2명은 용의자 중 한 명과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면서 집단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용의자는 인도와 탄자니아 출신의 67세 부부로 1960년대 영국에 입국했다. 경찰은 영국인 피해 여성이 아일랜드 피해 여성과 남성 용의자 사이에서 태어난 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용의자 부부는 70년대 한 차례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지만 경찰은 당시 이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 집을 수색해 증거물 2500건 정도를 확보했으며 현재 주민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아일랜드 피해 여성이 자선단체 ‘프리덤 채리티’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