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승부조작에 흥행도 실패… 亞시리즈 무용론 확산
입력 2013-11-25 04:52
아시아 야구의 최강을 가리는 아시아시리즈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아시아시리즈는 호주 캔버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아시아 야구의 맹주인 일본과 한국은 물론 대만도 호주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변에도 불구하고 주축 선수들이 빠져 흥행에 실패한데다, ‘승부조작 시도’까지 불거지면서 폐지 여론이 일고 있다.
호주와 대만 언론은 호주 캔버라 소속의 포수 맷 블래진스키가 “승부 조작 세력이 3만 달러(약 3200만원)을 주겠다며 접근해왔다”고 신고해 현재 대만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블래진스키는 삼성과의 준결승전 전날 신원미상의 남자로부터 캔버라가 7점차 이상으로 지도록 동료를 움직여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대만에서는 프로야구가 오래전부터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 때문에 승부조작을 시도한 구단이 해체되고 이에 가담한 선수와 정치인 등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승부조작 시도는 무위로 끝났지만 아시아시리즈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 가뜩이나 아시아시리즈에 회의적이었던 야구계에서 대회 폐지 주장이 탄력을 받게 됐다.
원래 아시아시리즈는 2005년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챔피언끼리 맞붙는 ‘빅 이벤트’로 처음 구상됐다. 각국 우승팀 선수단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고 국가 대항전 성격도 있어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각국 리그 폐막 이후 열리다보니 매년 주축 선수들은 부상 등을 이유로 빠지기 일쑤였다. 용병 선수들도 자국으로 돌아가고 FA 선수들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일본 라쿠텐은 정규리그 무패에 빛나는 다나카 마사히로 등 주축 선수들을 빼고 젊은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삼성 역시 주축 투수들이 피로 누적으로 불참하며 정상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점점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대회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 창립부터 후원해 왔던 일본 코나미가 손을 떼면서 한·일 챔피언십,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으로 진행되다 2011년부터 아시아시리즈로 부활했다. 그러나 대회 수준이 높지 않아 방송사들이 중계를 기피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프로야구 역대 통산 최다 안타 기록보유자인 야구 원로 장훈씨는 24일 일본 방송에 출연해 최근 아시아시리즈 상황을 언급하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시리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당장 내년 대회 개최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