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센카쿠 열도 포함 방공식별구역 선포… 긴장 고조

입력 2013-11-24 18:28 수정 2013-11-24 23:31


중국 정부가 일본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을 선포하면서 양국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예측 불허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도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국방부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고 공표하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는 센카쿠를 비롯해 제주도의 서남쪽 바다와 일본·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포함돼 일본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중국은 또 적당한 시기에 방공식별구역을 다른 지역에도 설정하겠다고 밝혀 필리핀, 베트남 등과도 마찰이 불가피하다.

중국 국방부가 발표한 방공식별구역 운영규칙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 항공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중국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장력을 동원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 운영은 국가 주권과 영토 안전을 도모하고 항공 질서를 유지하려는 조치”라면서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특정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저장성에서 130㎞ 떨어진 해역의 상공까지 일본이 자의적으로 방공식별구간으로 설정했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의 영공 방위를 위한 자의적 공간이지만 선제적 영공방위를 명분으로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국 사이에 분쟁이 촉발될 수 있다. 실제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 정보수집기 2대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직후 센카쿠 열도 북방 동중국해의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초에도 중국의 무인 항공기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일본 자위대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해 충돌 직전까지 갔다.



일본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관저에서 외무성과 방위성 등 관련 부처 긴급 국장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중국의 조치가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주일 중국대사관을 통해 엄중 항의했고 이르면 25일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일본 입장을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센카쿠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위기감을 부추겨 아베 정권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동중국해에서 미국 정찰기의 활동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여 미국 정부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부처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중국에 우려를 나타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이라고 규정했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중국 측의 조치는 “역내 현 정세를 변화시키는 시도”라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