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눈뜨면 터지는 부실·비리… 국민은행 왜 이러나

입력 2013-11-25 05:18


‘일본 도쿄지점 불법대출, 해외 영업망 잇단 부실, 본점 직원 수십억원대 횡령….’

잇단 대형사고로 KB국민은행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외풍을 많이 타는 인사가 원인이다’ 등 우려 섞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부실, 사고…끝이 보이지 않는다=2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본점의 A차장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으로 9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9년부터 신탁기금본부에서 국민주택채권 업무를 담당했던 이 직원은 부동산 등기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이 만기 후 5년 내 원리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소멸이 임박한 채권을 컬러프린터로 위조한 후 친분이 있는 영업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현금화하는 수법을 썼다. 국민은행은 지난 20일 직원 제보 및 본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관련자들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국민은행은 또 일본 도쿄지점 1700억원대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전 도쿄지점장 이모씨가 2008년부터 5년 동안 수십 개 현지 법인에 대해 동일인 대출 한도를 넘겨 대출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여기에다 국민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디트(BCC) 은행의 수천억원대 부실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내부 통제에 심각한 균열=국민은행은 횡령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자 곧바로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자정능력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윤리 의식이 떨어지는 직원을 방치한 것이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통제시스템이 잘 돼 있어도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국민은행의 잇단 사고는 문제 있는 직원을 방치한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잇단 해외 영업망 비리 의혹은 관리 감독이 어려운 해외지점에 특혜성 인사를 지속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3년마다 경영진이 바뀌면서 인사 체제가 외풍을 탄 경향이 크다”며 “직원들에 대한 정성평가 없이 보상 측면에서 해외 발령을 내는 관행이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상 및 특혜 인사로 내부조직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최근 행장 교체 등으로 경영진과 실무진의 업무 공백이 발생하자 그동안 묵혀왔던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은행은 현 경영진이나 해당 은행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며 ‘전 경영진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선 긋기에 한창이지만 현 경영진도 조직 장악 등과 관련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행장이 본부장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은 보증부대출 부당 이자 환급액을 허위 보고했다가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보증부대출 부당 이자 수취와 관련해 당초 55억원을 환급한다고 보고했지만 최근 10억여원으로 줄여 보고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예금에 몇 만원만 차이가 나도 큰 문제인데 환급액 계산이 수십억원이나 틀렸다는 건 정상적인 은행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의 허위 보고에 격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민은행은 부당이자를 돌려주라고 금감원의 지도를 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담당 직원이 명예퇴직하면서 인수인계가 전혀 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이 삐걱대는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이사회는 최근 불거진 베이징지점 인사 파문과 BCC 부실 의혹을 사전에 실무진에게서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자체가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장희 이경원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