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호랑이 탈출, 사육사 물어 중태

입력 2013-11-24 18:22 수정 2013-11-25 00:50


휴일인 24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해 사육사를 물어 중태에 빠트리고 관람객들이 다니는 인도 바로 옆 통로까지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대공원과 과천소방서 등에 따르면 오전 10시10분쯤 동물원 여우 우리에 있던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3)가 내실과 방사장 문을 밀고 나와 관리자 통로에 있던 사육사 심모(52)씨의 목을 물었다. 이 호랑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이 2011년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 중 수컷으로 몸무게는 185㎏ 정도다. 호랑이는 대공원 호랑이숲 조성으로 지난 4월부터 여우 우리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 왔다.

사고 후 10시20분쯤 근처를 지나던 매점 주인이 관리자 통로에 쓰러져 있던 심씨와 심씨 옆에 앉아 있는 호랑이를 발견해 신고했다.

호랑이는 서울대공원과 경찰서 및 소방서 관계자들과 대치하다 10시40분쯤 제 발로 우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심씨는 사고 발생 10여분 뒤 다른 사육사 등에게 구조돼 인근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이 없고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사육사가 호랑이를 내실로 들여보낸 뒤 청소를 하려고 방사장 문을 열었는데 호랑이가 잠금장치가 풀린 틈을 타 빠져나와 사육사를 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원 측은 사고 현장 인근에 관람객이 없었으며 호랑이가 관람객들이 다니는 인도로는 나갈 수 없어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밖 통로와 인도 사이 벽 높이가 2m도 안돼 호랑이가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 사육사는 맹수 우리를 청소할 때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규정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민감한 상태였을 호랑이를 그대로 관람객들에게 노출시킨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에서는 2004년과 2010년에도 각각 늑대 늑돌이와 말레이곰 꼬마가 탈출해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해 지적받은 바 있다.

과천=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