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오류 논란, 집단소송 번질 듯
입력 2013-11-25 05:58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오류 논란이 집단소송으로 번질 조짐이다. 세계지리에 이어 수학·영어도 문제에 오류가 있다거나 사설학원 문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르면 이번 주 세계지리 문항에 대한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승소 가능성 및 소송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험생들을 대리하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는 24일 “수능 성적 발표(27일) 후 세계지리 8번 문항을 틀린 학생들의 점수를 올려달라는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학생은 70∼80명으로 전해졌다.
수험생 측은 오답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성적의 효력을 당분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수능 성적에 관한 과거 집행정지 신청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005년 수험생 45명이 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백분위 산정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입학전형이 상당 부분 진행돼 받아들일 경우 공공복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03년에는 수험생 449명이 복수정답 인정에 반발하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일정에 맞춰야 하는 입시 전형 및 다른 수험생들을 고려하면 허용할 사안이 아니다”고 봤다.
본안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문제에 법리상 오류가 있을 경우, 문장·표현이 크게 잘못된 경우, 평균적인 학생들이 적합한 답을 고를 수 없을 경우에만 출제기관이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본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은 통계에 기반한 문제여서 법리상 오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위법성이 인정돼도 이미 입시가 종료된 후여서 재판부가 처분을 유지하는 사정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출제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면 배상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2003년 “사법시험 출제 오류로 피해를 입었다”며 수험생 26명이 낸 소송에서 “절차에 맞게 위원이 선정됐고 출제 당시 이견이 없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나성원 황인호 기자 naa@kmib.co.kr